/조선일보 DB

“작년에 많이 올랐으니 올해는 더 오르겠지?”

이렇게 단순히 생각하고 투자하면 큰코다칠 수 있다. 국내 증시가 강세장을 이어가면서 주식 투자에 관심 갖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곳을 골라서 투자했다간 기대에 못 미치는 수익을 올리기 쉽다는 뜻이다.

8일 본지가 NH투자증권에 의뢰해 지난 2001년부터 올 7월 초까지 코스피200 및 10개 업종의 연간 수익률을 분석해 본 결과, 한 해 30% 이상 올랐다고 해서 반드시 다음 해에도 좋은 성과가 나타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정보기술(IT), 에너지, 산업재, 제약·바이오, 금융 등의 업종은 직전 연도 고수익을 올렸다고 해서 뒤늦게 쫓아갔다가는 ‘꼭지’를 잡을 위험이 매우 큰 것으로 분석됐다.

편득현 NH투자증권 부부장은 “경기는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면서 순환하는데 사이클이 다른 국면에 진입할 때마다 업종 특성에 따라 주식 성과도 달라지게 된다”며 “단순히 많이 올랐으니 더 오를 것이라며 따라가기보다는 현재 경기 사이클에서 어떤 업종에 더 비중을 둬야 할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상승 종목 묻지마 투자하면 낭패

지난 2019년부터 2년 연속 주가가 45% 안팎 상승했던 삼성전자는 올해는 제자리걸음만 걷고 있다. 8일 삼성전자 종가는 7만9900원으로, 작년 말 종가(8만1000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2001년부터 삼성전자 주식의 연간 수익률을 살펴보면, 3년 연속해서 30% 이상 상승을 기록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2016년과 2017년에 41~43% 올랐지만, 2018년엔 24% 하락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9년에는 44% 올랐다. 삼성전자는 2008년 -19%로 수익률이 저조했는데, 다음 해인 2009년엔 77% 올라 20년래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속한 IT 업종뿐만 아니라 에너지, 산업재, 제약·바이오, 금융 업종은 대부분 이런 추세가 두드러졌다. 이 업종들은 주가가 30% 이상 올랐던 해의 다음 해엔 수익률이 신통치 않았다. 특히 금융 업종은 30% 이상 수익을 분출한 다음 해의 평균 수익률이 -0.73%로 오히려 마이너스였다.

오히려 고생 끝에 낙이 오는 경우가 많았다. 이 5개 업종은 30% 미만 상승률로 저조했던 1년을 보낸 다음 해에는 반전 드라마를 썼다. 제약·바이오 업종은 43% 가까이 올라 선전했고, IT 업종도 24.5% 성과를 올렸다. 산업재와 금융 업종도 20%대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식료품·화장품 등 필수소비재 업종은 오히려 30% 이상 올랐던 다음 해의 성과가 더 좋았다. 통신이나 유틸리티(전기·가스) 등도 30% 이상 올랐던 다음 해가 투자 적기였다. 경기 상황과는 상관없이 항상 소비한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온·오프라인 병행으로 열린 삼성전자 주총/뉴시스

◊국가 대표지수도 급등 뒤엔 급락 많아

국가 차원으로 봐도 통상 대표 지수가 급등한 다음 해엔 상승 폭이 적거나 오히려 하락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과도한 상승 뒤엔 평균으로 수렴하기 위해 상승 폭이 둔화되는 경향이 보였다는 것이다.

삼성증권이 한국과 미국·중국·일본·영국·독일·베트남·브라질 등 8국의 대표 지수를 2011년부터 올해(6월)까지 연도별로 분석한 결과 20% 이상 급등세가 2년 연속 이어진 경우는 독일의 2012년(29%), 2013년(26%)이 유일했다.

반면 급등 다음 해에 급락하거나 주춤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014년 53%나 올랐다가 다음 해 9%로 상승 폭이 축소된 뒤 2016년엔 12% 이상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지수 역시 2013년 57% 가까이 크게 오른 뒤 2년 연속 한 자릿수 상승률을 보이다가 2016년엔 0.4% 오르는 데 그쳤다. 신흥국인 베트남의 경우도 2017년 48%로 정점을 찍은 뒤 바로 다음 해에 마이너스(-) 9.3%로 주가가 뒷걸음질 쳤다.

전문가들은 국가 대표 지수에 펀드 등으로 투자하는 경우 따라잡기 투자를 조심하고, 개별 국가마다 발생하는 특정 정치·경제 이벤트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