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1000원에도 못 미쳐 ‘동전주'로 불리는 주식들이 올 들어 30%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스피(15%)의 2배, 코스닥(8%)의 3.7배다. 11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74개 동전주는 올 들어 지난 6일까지 평균 29.4% 올랐다. 이날 기준으로 동전주는 코스피 928개 종목 중 19개, 코스닥 1507개 중에 55개로 총 74개다.
동전주가 이처럼 급상승한 것은 증시에 자금이 넘치고, 투자 심리도 좋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지만, 일부에서는 과열 신호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동전주는 대선 테마주 등으로 분류되면서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동전주라는 단어는 미국에서 1달러 미만 주식을 뜻하는 ‘페니(penny)주’에서 유래됐다. 동전(페니)으로 살 수 있다는 뜻으로 성장 가능성 등을 낮게 보는 주식인데, 올 들어 시장 평균보다 몇 배나 뛴 것이다.
최근 델타 변이 쇼크 등으로 주춤했지만, 코스피는 지난 6일 사상 최고(3305.21)를 기록했고, 코스닥도 2000년 닷컴버블 이후 21년 만에 1000선을 넘어 ‘천스닥' 시대를 이어가고 있다. 증권사가 개인에게 빌려주는 신용융자 규모는 지난 8일 24조5978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으로 불어났다.
◇”동전주 급증은 증시 거품 징후”
최근 온라인 투자 카페 등엔 ‘ΟΟ주식은 500원짜리 동전으로도 살 수 있어 싸다’ ‘자금이 별로 없는데 동전주 추천해 달라’는 등 게시물이 인기글로 올라오고 있다. 직장인 이모(32)씨는 “소액을 넣고 운이 좋으면 차익을 얻을 수 있어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투자한다”고 말했다.
투자 전문가들은 이런 동전주 열기를 증시 거품의 대표 징후 중 하나로 꼽는다. 증시 상승 사이클의 막바지에선 주가가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고 옆걸음 치는데, 이때 투기적 거래 수요가 늘면서 실적 등과 큰 상관 없는 동전주에 돈이 몰린다는 것이다. 1990년대 말 일본 부동산 거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경고해 유명해진 미국 헤지펀드 GMO의 제러미 그랜섬 창업자도 최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동전주 거래가 급증하면서 거품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동전주가 거래량 상위 휩쓸어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지난 9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의 누적 거래량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4개씩을 동전주가 차지했다.
특히, 두 시장 모두 거래량 1·2위가 동전주였다. 코스피에서 동전주 숫자 비율은 2% 정도에 불과하지만. 매수·매도 거래량 기준으로는 28%나 차지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동전주가 우회 상장이나, 꼼수 증여에 활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적이 부진한 동전주를 사 모은 뒤 알짜 회사를 붙여 우회 상장하거나 증여받는 사람이 동전주를 사놓고 있다가, 증여자가 대량 매수해 주가를 올린 뒤 증여받은 사람이 팔아서 증여세를 피하는 식이다.
대선 테마주 광풍과 연결되기도 한다. 코스닥 상장사인 반도체업체 코디엠은 지난달 29일 거래량이 전주 평균 대비 85배 급증하며 상한가(29.9%)를 기록했다. 이 회사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친동생을 이사로 앉힌 삼부토건을 자회사를 통해 간접 지배해 ‘이낙연 테마주’로 분류됐다. 이날 상한가도 이 전 대표가 여권 대선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언급한 게 이유로 거론됐다. 그러나 작년 지분 매각 과정에서 코디엠의 삼부토건 지배 연결 고리는 끊긴 상태다. 당시 코디엠도 “이낙연과 관련 없다”는 공시를 냈지만 주가는 계속 출렁이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동전주인 종목들이 왜 동전주가 됐는지 원인을 잘 생각해봐야 한다”며 “실적이 뒷받침해주지 않아 상장 폐지에 몰린 종목이 상당수이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