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탈출 기회를 번번이 놓치네요. 이제라도 던져야 하나요.” (부천에 사는 20대 코인 투자자)

지난 4월 8000만원을 넘었던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에는 반 토막 이하로 떨어지면서 가상 화폐 정보 공유 사이트에는 “코인판을 탈출하고 싶다”는 글이 도배되고 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대부분의 코인은 약 열흘간 폭락했다가 20여일간 가격을 유지한 뒤 또다시 급락하는 이른바 ‘계단식 하락장’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코인 투자자는 “가격이 유지될 땐 반등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다가도 다시 급락하니 감을 못 잡겠다”며 “천천히 떨어지는 계단식 하락장에 코인을 팔지도 사지도 못하는 사이 투자금이 절반 이상 사라졌다”고 말했다.

◇20%까지 치솟았던 ‘김치 프리미엄' 약해져

19일 가상 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비트코인은 3750만1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간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에선 비트코인이 3638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국내에서 거래되는 가상 화폐가 해외에서 거래되는 시세보다 얼마나 높은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김치 프리미엄은 3.06% 수준이다. 김치프리미엄은 가상 화폐 시장이 과열되던 4~5월 20%를 웃돌았다. 5월 19일 20.77%이었던 김치 프리미엄은 이후 급락하기 시작해 6월 3일엔 3.68%까지 떨어졌다. 김치 프리미엄은 이후 두 달째 3~4%대에 머물고 있다. 가상 화폐 투자 광풍이 불기 전인 작년 한 해 동안 국내 비트코인 가격이 해외에서 거래되는 가격보다 오히려 0.54%가량 낮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국내 투자자들의 기대치가 해외 투자자들보단 다소 높은 셈이다.

그러나 가상 화폐 가격은 투자자들의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업비트 원화 시장에 상장된 코인 102개 중 3개월 전보다 가격이 오른 것은 엑시인피니티(82.93%), 이더리움클래식(14.47%) 등 2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코인 100개는 3개월 전보다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 시가총액 상위 코인들은 대부분 반 토막이 났다. 비트코인은 3개월 전보다 46.72%, 리플은 59.88%, 도지코인은 46.08% 하락했다. 이더리움(-23.41%)과 에이다(-12.03%)의 수익률도 처참한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가상 화폐 투자자 정보 공유 사이트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사이트엔 “대폭락 전조 기미” “지금은 천천히 돈을 잃고 있지만 본격 하락장이 오면 하루에 10%씩 떨어질 것” “단타가 아니면 힘든 장”이란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20대 카드론 잔액 1년 새 21.4% 급증

문제는 코인 열풍을 주도해 온 20대 투자자들이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국내 가상 화폐 거래소 4곳의 올해 1분기 신규 가입자 249만5289명 중 20대는 81만6039명(32.7%)으로 전 연령대 통틀어 가장 많다. 1분기 동안 예치금 증가율도 154.7%(346억원→881억원)로 가장 많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30대 투자자들도 늘긴 했지만 20대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채무 상환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현재 코인 시세가 지속되거나 더 하락하게 되면 빚을 내 투자한 20대들은 만기가 됐을 때 돈을 제때 갚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실제로 돈을 빌리기 쉬운 고금리 카드론은 20대에서 잔액이 크게 늘었다. 금융감독원이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20대 카드론 잔액은 1조1842억원으로 1년 전보다 21.4% 급등했다. ’60대 이상(15.5%)’ ’50대(12.2%)’ 카드론 잔액 증가율을 크게 웃돈다. 특히 다른 금융사에서도 돈을 빌린 20대 다중 채무자들의 카드론 잔액 증가율은 무려 26.9%에 달했다. 증가율이 다음으로 큰 ’60대 이상(16.9%)’과도 10%포인트 차이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