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중국 증시가 사교육을 규제하는 정부 정책 충격으로 폭락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34% 떨어졌고, 홍콩 항셍지수는 4.13% 폭락했다.
중국 증시에 충격을 준 것은 중국 경제와 무관한 중국 당국의 교육 정책이다. 지난 24일 중국 당정 최고 기관인 중공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이 발표한 ‘의무교육 학생들의 숙제 부담과 과외 부담을 줄이기 위한 의견’이 방아쇠가 됐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체육이나 문화 예술 등을 제외한 중국어·수학·영어 등을 가르치는 사교육 기관은 비영리 기구로 등록되고 신규 허가도 금지된다. 사실상 사교육 금지령을 내린 것이다. 1000억달러(약 115조5000억원)가 넘는 규모의 교육 분야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허난(河南)성 폭우 피해에 이어 태풍이 이날 중국 최대 경제 도시 상하이(上海)를 덮치며 투자 심리를 불안하게 했다. 상하이와 저장(浙江)성 중심 도시인 항저우(杭州) 등은 25일부터 여객 항공편과 철도 운행을 중단시켰다. 각급 학교는 휴교했다.
◇중국 증시에 ‘당국 리스크' 커진다
중국 정부는 표면적으로 빈부 격차 해소와 교육비 절감을 사교육 규제 목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중국이 마지막으로 발표한 지니계수는 2017년 0.467이었다. 빈부 격차와 계층 간 소득 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통상 0.4를 넘으면 매우 심각한 것으로 본다.
창장(長江)경영대학원(CKGSB)의 샹빙(項兵) 총장은 “중국의 지니계수는 이미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고, 아주 심각한 소득과 부의 불균형에 직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안유화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는 “중국 내 사교육 시장이 너무 빨리 크면서 인구의 10%만 더 잘사는 빈부 격차가 심해졌다”며 “빅테크, 교육 관련주들에 대한 전반적 정책 조정에 들어가면서 중국 증시의 정책 위험(리스크)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급성장한 사교육 기업들이 온라인으로 학교 숙제를 지도해주자 중국 정부는 오후 9시 이후엔 온라인 강의를 할 수 없게 만들었다. 한국의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소학교 3~6학년에겐 평균 완성 시간이 60분 이하인 숙제만 낼 수 있다.
이번 대책에는 학생들에게 ‘해외 교육과정’ 제공을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하는 사교육 교재의 판로가 막히면서 관련된 해외 기업과 투자자들도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밤 중국 정부의 발표 내용이 시장에 먼저 퍼지며,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중국 온·오프라인 교육 기업인 가오투그룹·하오웨이라이 등의 주가는 하루 만에 60~70%씩 폭락했다.
중국 경제 매체 허쉰망은 “정부의 규제가 촘촘하게 발표되는 상황에서 중국 주요 기업들에 대한 주가 전망은 대부분 비관적”이라며 “투자자들은 엄청난 위험을 짊어지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중 갈등으로 미국 상장 중국 기업 견제도 원인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잇따른 기업 규제 원인으로 미·중 갈등을 지목하기도 한다. 미국에 상장돼 있으면서 중국 내부의 정보를 갖고 있는 중국 빅테크와 교육 관련 기업들에 대한 관리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전종규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에 상장돼 있으면서 중국의 빅데이터를 가진 기업에 대해 중국 정부의 규제가 심해질 것”이라며 “규제는 작년 10월부터 시작됐으며 오는 10월 전후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지난 4월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는 중국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에 역대 최대 반독점 위반 벌금(약 3조1100억원)을 부과했다. 정부 반대에도 지난달 30일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한 차량 공유 스타트업인 디디추싱에 대해서도 안보 조사와 중국 내 앱 마켓 삭제 조치를 단행했다.
26일 진행된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도 중국 측은 “미·중 관계는 교착 상태에 빠져들었으며 이는 미국의 일부 인사가 중국을 ‘가상의 적’으로 삼은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경색된 분위기가 이어졌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상반기에만 중국 증시에서 330억달러(약 38조1200억원)로 사상 최대 순매수(매수가 매도보다 많은 것)를 했지만, 7월 들어 순매수 규모가 21억위안(약 3740억원)으로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