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지수펀드(ETF) 글로벌 운용 규모가 지난달 1경원을 넘어섰다. 28일 글로벌 ETF 리서치 업체 ETFGI에 따르면, 세계 ETF의 순자산 규모는 6월 말 9조1090억달러(약 1경540조원)를 기록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2025년이면 글로벌 ETF 자산이 15조달러(1경740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ETF는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과 똑같이 거래할 수 있는 펀드다. 개별 주식이 아닌 여러 주식을 모아 놓은 ‘묶음’에 투자해 가격 급등락 불안을 줄인 펀드의 장점과 한 주 단위로 손쉽게 사고팔 수 있는 주식의 장점을 합쳐 놓은 투자 상품이다.
2016년 글로벌 ETF 순자산 규모가 3조4230억달러(3960조원)에서 지난달 9조달러를 넘어서면서 5년 새 2.7배 급증했다. 현재 전 세계에 7900여 개 ETF가 거래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2002년 ETF가 처음 도입될 당시만 해도 하루 평균 거래 규모가 327억원으로 코스피 시장 전체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1%에 불과했다. 작년엔 거래 규모가 3조8433억원으로 커져 코스피의 32%까지 올라왔다. 거래액이 18년 만에 117.5배나 커졌다.
Q. ETF는 주식, 펀드와 어떻게 다른가?
ETF는 주식처럼 장 중에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는 반면, 펀드처럼 한 번의 투자로 여러 종목에 자금을 분산시켜 놓을 수 있다. 여러 종목 가격을 모아 만든 지수(KOSPI200 등)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 그 지수를 상장시켜 거래한다는 의미에서 ‘상장지수펀드’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분산 투자 원칙과 즉시 매매 가능한 환금(換金)성을 동시에 갖춘 것이다.
수수료(운용보수)는 ETF는 0.5% 내외로 일반 펀드(1~3%)와 비교해 2분의 1~6분의 1에 그친다. 주식은 개인이 직접 투자하므로 수수료는 없지만 매도 시 증권거래세(0.23%)를 낸다. ETF는 펀드라 국내 증시에서 매매해도 증권거래세를 낼 필요가 없다. 다만 주식 투자 전문가의 경우 ETF엔 자신이 원치 않는 종목이 포함될 수 있어 수익률 극대화에 장애가 될 수 있다. 펀드는 매달 특정일에 일정 금액을 넣게끔 시스템으로 미리 정해둘 수 있지만, ETF는 자동 투자가 불가능하고 주식처럼 스스로 매매해야 한다.
Q. ETF는 투자 대상은 증시 대표 지수로만 한정되나?
그렇지 않다. ETF가 1990년 캐나다에서 처음 등장했을 즈음엔 S&P500 같은 주식 지수의 흐름을 좇는 ETF가 주류였다. 지금은 채권, 달러·엔 등 통화, 부동산, 금·원유 등 원자재 같은 자산군의 지수를 따르는 ETF가 개발됐다. 코로나 이후에는 비대면(언택트) 산업이 뜨면서 인공지능(AI)·블록체인·자율주행 등 주식만 따로 묶은 테마형 ETF가 관심을 받는다. 드라마·웹툰 등 한류 콘텐츠 ETF가 이미 나왔고, 골프 인기에 편승해 스크린골프·골프의류 기업 주식을 담은 ETF도 출시 예정이다. 지난 3월 미국에선 우주 탐사 관련 회사에 투자하는 ETF가 출시됐고, 세계 최대 돼지고기 소비국 중국에선 관련 주식들을 묶은 ETF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테마형 ETF의 경우 해당 업황에 따라 손실 가능성이 있다. 지난 13~20일 코스피·나스닥 등 지수를 따르는 ETF는 1% 안팎의 손실을 봤지만 중국 전기차 ETF 손실률은 7%에 달했다.
Q. ETF에 펀드 매니저의 운용 능력이 가미된 상품은 없나?
있다. 펀드 매니저가 어느 정도 자율적으로 운용해 수익을 내는 액티브ETF가 해당된다. 기존 ETF는 대부분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의 비율대로 투자하는 ‘패시브 ETF’였는데, 그 단점을 보완한 것이다. 작년 미국에서 100% 넘는 수익률을 올린 아크인베스트의 ‘아크 이노베이션 ETF’가 대표적이다. 미국에선 2008년 액티브ETF가 처음 도입됐다. 국내에선 작년 9월 삼성·미래에셋 자산운용이 3개의 액티브ETF를 처음 내놨다. 지난 5월엔 8개가 한국거래소에 추가 상장됐고, 상장 첫날 개인 순매수 5~8위가 해당 액티브ETF였을 정도로 주목을 모았다. 상장 후 4~14%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현재 국내엔 총 14개의 액티브ETF가 운용 중이다. 그러나 최근 1년간 비교지수 등락률과 액티브ETF 가격 등락률의 일치하는 정도가 3개월 연속 0.7 미만이면 상장 폐지된다. 펀드 매니저의 운용 자율성이 완전히 보장되지 않는 셈이다.
Q. 해외 ETF에 투자하는 방법과 세제는?
해외 ETF는 크게 국내 증시에 상장된 해외 ETF와 미국 등 외국 증시에 상장된 해외 ETF로 나뉜다. 국내 상장 해외 ETF는 다른 국내 ETF처럼 거래하면 된다. 해외 주식 투자 관심이 늘면서 국내 상장 해외주식형 ETF 숫자는 2011년 8개에서 지난 25일 97개로 크게 늘었다. 국내 상장 해외 ETF는 수익(매매 차익과 배당금 중 적은 것)에 대해 15.4%의 배당소득세를 내야 한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도 포함돼 다른 이자·배당 소득과 합산 후 2000만원 초과분에 대해선 별도 누진 과세된다. 참고로 국내 상장 국내주식형 ETF는 매매 차익은 비과세, 배당은 과세이고,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다. 외국 증시에 상장된 해외 ETF에 투자하려면 해외 주식 투자하듯 증권사에 해외 주식 계좌를 튼 뒤 거래하면 된다. 해외 상장 해외 ETF는 수익 가운데 250만원을 넘긴 부분에 대해서 22%의 양도소득세를 내고, 배당이 있다면 세금을 내야 한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엔 포함되지 않는다.
Q. 퇴직연금에서 ETF를 활용하는 방법은?
10% 내외인 선진국 퇴직연금 수익률과 비교했을 때 2%대로 낮은 우리나라 퇴직연금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선 ETF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ETF는 증권사 퇴직연금 계좌를 개설한 뒤 투자 가능하다. 은행·보험사 퇴직연금 계좌에선 투자할 수 없다. 지난 2분기 퇴직연금 운용 성적에서 증권사(7.4%)가 은행(2.7%)과 2~3%대인 보험사를 앞선 원인도 ETF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은행에서 증권사로 퇴직연금이 이동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그러나 증권사 계좌라 해도 모든 ETF에 투자할 순 없다. 지수 움직임의 2배 수익을 노리는 레버리지 ETF나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ETF는 매수가 금지돼 있다. 달러나 원자재 등 파생상품의 평가액 비율이 큰 ETF도 투자가 불가능하다. 주식 관련 위험자산 비율이 전체 퇴직연금 계좌 자산의 70%를 넘을 수 없는 제한도 적용된다. ETF를 포함한 주식 자산 비율이 총 퇴직연금 투자액에서 70%를 초과할 수 없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