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초까지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SPAC) 5개가 잇달아 상장한다. 스팩은 상장 기업과의 합병을 목적으로 증권사가 설립해 통상 코스닥에 상장하는 ‘페이퍼 컴퍼니(서류상 회사)’다. 스팩이 우량 기업을 발굴해 인수·합병하면, 해당 기업은 스팩을 통해 증시에 우회 상장할 수 있다.

다음 달 초까지 공모 시장에 나오는 스팩주, 자료=각 증권사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개 스팩이 예비심사 승인을 받고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다. 오는 24~25일 IBKS제16호스팩을 시작으로 NH스팩20호(30~31일), 유진스팩7호(9월 2~3일), 대신밸런스스팩10호와 신한스팩8호(이상 9월 6~7일) 등이 줄줄이 청약을 진행한다. NH스팩20호의 경우 코스닥 상장 스팩 중 역대 가장 큰 규모(500억원)다.

스팩은 일반 주식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된다. 상장 후 3년 내 합병을 진행해야 하고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하면 상장 폐지된다. 이 경우에도 증권사가 공모가에 이자를 얹어 투자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이때 이자는 투자금 신탁 예치율에 따라 달라진다. 공모가가 단일가인 2000원으로 책정돼 일반 공모주보다 낮고, 웬만해선 공모가를 밑돌 가능성이 크지 않다.

올 들어 스팩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급증했다. 이미 13개 스팩이 상장됐고, 연말까지는 30개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작년(19개)보다 40%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월 17일 상장한 삼성머스트스팩5호는 일반 청약 기준 경쟁률이 909대1이었고, 청약 증거금만 약 2조원이 몰렸다. 이 스팩은 상장한 직후 ‘따상상상상’(공모가의 두 배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나흘 연속 상한가)을 기록했다. 현재 주가는 상장일 시초가(4000원) 대비 48% 오른 5900원 수준이다. 지난달 26~27일 청약을 진행한 한화플러스제2호스팩는 청약 일정이 겹친 카카오뱅크(181대1)보다 높은 경쟁률(481대1)을 보였다. 이 스팩은 지난 5일 상장 직후 ‘따상’(공모가의 두 배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상한가)에 성공했고, 현재 주가는 4210원이다.

이 외에 올해 청약을 진행한 하나머스트7호스팩(237대1), 유진스팩6호(236대1), IBKS제15호스팩(101대1) 등이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해 평균 스팩 청약 경쟁률(3.14대1)을 훌쩍 앞선 것이다. 이는 최근 공모주 시장 ‘대어’들이 기대에 못 미치자 투자자들이 시선을 스팩으로 돌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스팩이 껍데기 뿐인 회사라 실적이 없어 주가 상승 재료가 합병밖에 없음에도 주가가 출렁이고 있어 투자 주의가 요구된다. SK증권에 따르면 59개 스팩의 지난 5월 한 달간 수익률은 평균 36%에 달했다. 이에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지난달 허위 인수·합병 사실 유포 등 스팩과 관련한 불공정거래 감시에 착수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