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나더 월드네요.”

국내 주식 종목들이 온통 파란색으로 물들었던 지난 13일의 금요일 이후, 투자자들 사이에선 코인계의 전설이라는 ‘워뇨띠’의 삼성전자 입주 인증샷이 화제였다.

워뇨띠는 가상화폐 투자자들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코인 레전드’다. 온라인 유명 게시판에 본인의 코인 계좌 수익률을 공개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종잣돈 600만원으로 코인 투자를 시작해서 2500억원을 모은 20대 투자자라는 정도만 알려져 있을 뿐, 어디에 살고 어떤 일을 하는지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워뇨띠의 계좌 인증샷이 조작된 것이라서 실존 인물인지 믿을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세이셸에서 설립된 가상화폐 거래소인 비트맥스를 보면 워뇨띠(aoa)가 실제로 코인투자 수익률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다. 코인러들은 워뇨띠를 코인계의 신(神)으로 모시면서 ‘갓뇨띠’라고 칭송하고 그의 매매 기술을 배우려고 따라 다닌다.

다른 가상화폐 거래소와 달리, 비트맥스에는 투자자들의 수익률 순위를 공개하는 화면(리더보드)이 있다. aoa라는 이름으로 활약 중인 워뇨띠는 4위이고, 16일 오전 기준 전체 수익률은 3172비트(약 1750억원)에 달한다. /비트맥스 캡처

그런데 코인계의 거물이라는 워뇨띠가 지난 주 삼성전자 주식을 520억원 어치 사서 보유 중이라는 내용의 계좌 인증샷이 등장했다. 인증샷에 따르면, 그의 평균 매입 단가는 8만1500원으로, 13일 삼성전자 주가 급락분을 반영한 평가 손실은 45억원에 달한다. 서울 반포의 한강뷰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을 만큼 큰 돈을 손해 보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한 종목에만 520억원을 태운 수퍼개미이지만, 워뇨띠의 13일 기준 삼성전자 지분율은 0.01% 밖에 되지 않는다.

자산이 커질수록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심리가 강해지는 것일까. 코인 투자자들은 “워뇨띠가 급등락 심한 코인에서 떼돈을 벌고 나서 물려도 마음 편한 우량주로 갈아타는 것 같다”면서 “삼성전자 1년 배당금으로만 9억원이 따박따박 들어온다”며 놀라워했다.

증권 전문가 A씨는 “만약 국내 코스닥의 소형주에 500억원을 투자한다고 하면 바로 대주주가 되면서 금융감독원에 지분 신고까지 해야 한다”면서 “(워뇨띠의 경우엔) 시가총액이 큰 삼성전자에 올인하는 편이 아무래도 편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하지만 연구소 예상으로는 워뇨띠가 삼성전자를 사놓고서 초장기 투자를 할 것 같진 않다. 아직은 매매 차익이 비과세인 코인과 달리, 국내 주식은 10억원 이상 투자하면 시세차익에 대해 최대 27.5%의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워뇨띠의 것으로 추정되는 삼성전자 주식 투자 인증샷. 총 투자액은 520억원이고 삼성전자 주식만 63만8860주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인터넷 캡처

지난 13일 삼성전자 주식은 전날보다 3.38% 내린 7만4400원에 마감하며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1월 최고점(9만6800원)과 비교하면 23% 하락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삼전적금(적금처럼 삼성전자 주식을 산다는 의미)’ 열풍이 여전히 뜨겁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주 개인들의 삼성전자 순매수 금액은 5조8000억원이 넘었다.

특히 지난 13일엔 삼성전자에만 2조4000억원에 달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나 홀로’ 매수가 집중됐다. 지난 1월 11일 삼성전자 주가가 9만1000원이라는 종가 기준 최고가로 마감한 날(1조7490억원) 이후 역대 최대치다.

삼성전자 소액주주들이 장기 투자를 다시 한번 결심하고 향후 주가가 오르기를 기도하면서 공유하는 사진./인터넷 캡처

소액주주 수가 500만명에 달하는 삼성전자 주가는 대한민국 가계의 소비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주가가 오르면 오를 수록 자산이 늘어난 사람들이 소비를 늘리는 ‘웰스 이펙트(부의 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주가가 내리면 소비 위축이라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

특히 이번 연휴에는 삼성전자 주가 하락뿐만 아니라, 여름 휴가, 코로나 4단계, ‘먹튀’ 논란이 생긴 머지포인트 사태까지 겹쳐지면서 도심권 자영업자들의 타격이 큰 상황이다.

40대 주부 강모씨는 이번 연휴에 냉파(냉장고 파먹기)로 집콕 생활을 보냈다. 강씨는 “나를 포함 머지포인트로 사기를 당했다고 생각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소비를 줄일 테고, 8만원대에 싸다면서 삼성전자 주식을 사서 손해를 보고 있는 중이고 다음 달엔 추석 명절까지 있으니 아무래도 지갑을 열기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15일 서울 중구 명동 한 식당의 모습. /연합뉴스

외국계 증권사의 자극적인 보고서가 촉발한 삼성전자 주가 하락 사태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의 의견은 극명하게 갈린다. 전문가들조차 전망이 두 갈래로 나뉘기 때문에 오히려 투자자들을 더 불안하게 만든다.

일단 여의도에서는 최근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이 과도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편득현 NH투자증권 부부장은 “반도체 피크아웃 우려는 2018년의 데자부인데, 당시에는 외국인들의 시각이 완벽하게 맞았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전산업으로 퍼지고 있어서 반도체 가격이 크게 하락할 우려는 크지 않으니 공포심보다는 차분히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나온 모건스탠리의 ‘겨울이 오고 있다(Memory, Winter Is Coming)’ 리포트는 반도체 업종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해당 리포트를 작성한 조세프 무어 애널리스트의 성과. 적중률 59%로, 전체 7620명 중 803등이다.

반면 김기주 KPI투자자문 대표는 삼성전자 주식 신규 투자는 신중하라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삼성전자는반도체라는 주력 상품이 글로벌 경제안보에 직결되는 전략물자가 될 정도로 정치적으로 복잡해진 상황”이라며 “단순한 경제적인 분석으로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선 상황이니 투자에 조심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마치 국내 은행주가 정부 간섭 때문에 저평가받듯, 삼성전자 역시 사실상 글로벌 정부인 미국의 간섭을 받고 있어 더 이상 경제 논리로는 평가하기 어려운 예측 불가능한 산업이 됐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