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화폐 거래소, 발행 업체, 보관 업체, 투자회사 등 국내 가상 화폐 관련 업체가 300곳이 넘지만, 10곳 중 7곳은 홈페이지가 폐쇄되거나 접속조차 되지 않는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 달 25일부터는 금융위원회에 등록하지 않은 거래소와 보관 업체는 사실상 영업을 할 수 없게 돼 무더기 폐쇄가 예고된 상황이라 투자자들의 피해와 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등록을 하지 못한 거래소에서 예고 없는 폐업이나 횡령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등록에 실패한 거래소의 경우는 다음 달 25일 이후 투자금 인출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4개월 전보다 100곳 이상 늘어나
17일 은행연합회와 은행권 가상 자산 관련 부서가 공유하고 있는 ‘가상 자산 취급 업소 명세’에 따르면, 현재 가상 자산 취급 업소는 304곳에 달한다. 4개월 전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국회에서 “200개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후 파악된 업체 수가 더 늘어난 것이다. 실명 계좌 거래 조건으로 금융위에 등록하지 않으면 영업을 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인데도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것이다. 금융 당국이 파악한 가상 화폐 거래소도 4개월 전 60곳에서 현재 79곳으로 불어났다.
하지만 은행연합회에서 파악한 업체 304곳 중 홈페이지 접속이 가능한 업체는 97곳(32%)에 불과했다. 나머지 업체들은 홈페이지가 폐쇄됐거나 접속이 안 됐다. 접속이 되는 업체 중에서도 상당수는 거래량이 없거나 홈페이지가 방치된 상태였다. 결국 정상 영업을 하는 업체는 97곳 중에서도 소수에 불과한 셈이다.
금융 당국이 가상 화폐 거래소 등록과 관련해 컨설팅에 나섰던 25곳 중에서도 보안 인증(ISMS)을 획득한 거래소는 19곳에 불과하고, 실명 확인이 되는 입출금 계정을 은행에서 발급받은 거래소는 4곳(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에 그쳤다. 금융위는 지난 16일 “현재까지 금융위 등록 요건을 충족한 거래소는 단 한 곳도 없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최근 들어 서비스 중단을 선언하거나 갑자기 사이트를 폐쇄한 국내 가상 화폐 거래소들이 속출하고 있다. 비트소닉은 “8월 6일부터 11월 30일까지 서비스를 일시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CDPAX라는 거래소는 9월 1일부터 코인 보관 및 출금 서비스 중단을 선언했고, CM거래소도 8월 20일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했다. 데이빗과 코인투엑스는 사이트 접속이 중단된 상태다.
◇해외 거래소 한국 영업 중단
한국인을 대상으로 영업해온 해외 거래소들도 사업을 철수하고 있다.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는 13일부터 원화 거래, 원화 결제 옵션, 한국어 지원 서비스를 중단했다. 바이낸스 측은 “현지 규제에 부합하고자 자산과 서비스를 지속해서 평가한 결과, 한국에서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네이버의 일본 관계사인 라인이 운영하는 비트프론트도 이달 15일 한국어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했다. 비트프론트는 “특금법과 해외 거래소 운영 가이드에 따라 더 이상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거래소 리스크에도 코인은 급등세
국내 가상 화폐 거래소들이 금융위 등록 문턱을 넘지 못하고 무더기 폐쇄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가상 화폐 가격은 다시 급등하는 중이다. 국내 최대 거래소인 업비트에 상장된 102개 코인 중 최근 한 달간 가격이 하락한 코인은 단 한 개도 없었다. 지난달 20일 3500만원까지 떨어졌던 비트코인 가격도 지금은 5400만원 수준까지 올라섰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거래 관련 규제가 확립되면 장기적으로는 가상 화폐가 안전한 투자처가 될 수 있다”면서도 “지금은 규제가 갖춰져 있지 않고 부실한 거래소도 많기 때문에 투자자 스스로 자기 재산을 보호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