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증시 열풍 속에 개인 투자자들이 사들인 국내외 주식이 10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사들인 금액만 따져도 종전 최대였던 지난해 순매수 규모(약 87조원)를 훌쩍 뛰어넘었다.
22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국내 코스피 시장에서 70조4020억원을, 코스닥 시장에서 10조4720억원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해외주식도 156억달러(약 18조4630억원) 순매수했다. 이를 모두 합치면 99조3370억원에 달한다.
반면 올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도 역대급이다. 같은 기간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30조7260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해 전체 외국인 순매도 규모(24조7130억원)를 이미 넘어섰고,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의 역대 최대치 기록(35조9240억원)에 다가서고 있다.
◇개미 순매수 100조원 시대
지난해에도 국내 투자자들은 역대 최다 순매수 기록을 세웠다. 코스피 시장(47조4910억원)과 코스닥 시장(16조3180억원)에서 63조8090억원을 순매수했고, 해외주식 순매수액 23조3500억원까지 합쳐서 총 87조1590억원을 순매수했다. 하지만 올 들어 8개월도 안 돼 이 기록을 갈아치웠다.
올해 개인 순매수세는 코스피 시장에 집중됐다. 올해 코스피 시장 순매수액은 70조402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0조원 이상 많다. 반면 코스닥과 해외주식 순매수액은 지난해보다 적은 상태다.
이는 개인들이 코스피 시장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결과다. 개인들은 올해 삼성전자 보통주(32조5300억원)와 우선주(4조7990억원)를 37조329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SK하이닉스 순매수액(5조5770억원)까지 더하면 42조9060억원으로,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국내 증시 순매수액(80조8740억원)의 절반이 넘는다. 해외 주식 중에서는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16억5000만달러)와 애플(5억7000만달러) 주식을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이달 들어 코스피가 급락했지만 개인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7조4480억원을 순매수했다. 월별 순매수 규모로는 지난 1월(22조3380억원), 2월(8조4380억원), 지난달(7조8560억원)에 이어 넷째로 크다. 이달 들어 코스피는 종가 기준 최고점이었던 지난 4일의 3280.38에서 지난 20일 3060.51까지 6.7% 하락했다. 지수가 220포인트가량 떨어지는 와중에도 개인 투자자들은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선 것이다. 증시 대기자금 성격의 투자자 예탁금 역시 지난 19일 69조8760억원이었다. 지난 5월 초 77조9020억원까지 불어났던 것에 비하면 줄어들었지만, 지난해 같은 시점(51조5930억원)보다는 18조원 이상 많다.
◇역대급 순매도 기록 다가서는 외국인
올해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2008년의 35조9240억원 다음으로 큰 역대 2위 수준이다. 다만 2008년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판 주식을 기관 투자자들이 대부분 사들이는 모양새였다면, 올해는 개인 투자자들이 많이 사들이는 것이 차이점이다.
올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4월(3720억원 순매수)을 제외한 나머지 달에는 모두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번 달에도 지난 20일까지 6조6980억원을 순매도했는데, 이는 지난 5월(8조5170억원 순매도)에 이어 둘째로 큰 순매도 규모다.
반도체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외국인 투자자들이 최근 국내 증시에서 이탈하게 된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올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피 시장에서 29조2630억원을 순매도했는데, 삼성전자 보통주와 우선주, SK하이닉스를 순매도한 금액이 26조9520억원 수준이었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연내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시작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신흥국 증시에서 자금을 빼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신흥국 증시 중에서 규모가 큰 편인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의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세 등도 한국 증시엔 악재다. 글로벌 경기가 둔화됐을 때 수출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자금이 빠져나간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