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가계대출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연체액이 최대 5조4000억원까지 급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26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0.25%포인트)으로 가계대출 금리가 단기간에 1%포인트 상승하면 외부 충격이 없는 중립적인 상황에서도 연체액이 2조7000억원, 연체율은 0.32%포인트 증가한다.

한국은행이 2021년 8월 26일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인상함에 따라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급증세가 진정되는 효과가 나타나리라 기대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금리인상은 금융 불균형 해소 노력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각 경제주체에 주는 효과가 있다"면서 이같이 예상했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자연히 대출 금리가 오르게 되고 가계에 이자부담이 늘어나게 되므로 추가 대출 수요가 억제된다. 사진은 26일 서울 시내 한 은행 외벽에 붙은 대출 안내문. /김연정 객원기자

2008년 미국 금융 규제 완화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촉발한 것처럼 예상치 못한 사건이 벌어질 경우 연체액은 5조4000억원, 연체율은 0.62%포인트 증가하게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1분기 기준 가계대출 연체액이 1조7000억원, 연체율은 0.2% 수준이란 점을 감안하면 연체액과 연체율이 2.6배에서 4.1배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호 한경연 경제정책팀장은 “코로나 재확산이라는 상황을 감안하면 통화정책의 급격한 기조 전환은 연체율 급등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금리를 조정하더라도 시장이 감내할 만한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돈을 빌린 자영업자와 서민들의 이자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가계대출 이자가 11조8000억원 늘어난다.

자영업자들의 이자 부담도 5조2000억원 커질 것으로 한은은 추정했다. 작년 말 가계부채 잔액 1631조원을 기초로 한 추정치인데, 지금은 1800조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즉 가계와 자영업자가 짊어져야 할 이자 부담은 더 커진 것이다. 6월 기준 은행의 신규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 비율은 81.5%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통화정책 방향이 전환되는 시점을 전후로, 빠른 속도로 취약·고위험 채무자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은 자영업자 비율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체계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