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 숫자가 330만개를 넘어선 서학 개미(해외 주식 투자자)의 장바구니에 담기는 종목들이 바뀌고 있다. 8월 들어 그동안 투자 리스트에 보이지 않던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서학 개미는 2030세대의 비율(계좌 수 기준)이 58%에 달해 시장 상황 변화나 유망 기업 부침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정이 넘어서 매매하는 ‘올빼미 투자’의 비중도 올 들어 높아지고 있다.

◇8월 들어 새로운 투자 종목 속속 등장

8월 순매수 4위에 오른 소파이(4500만달러)가 대표적이다. 지난 6월 뉴욕 증시에 상장한 핀테크 기업인데, 학자금 대출 서비스로 출발해 제휴와 인수·합병 등을 통해서 주택 담보 대출, 가상 화폐 거래까지 서비스 영역을 확대했다.

순매수 6위인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소프트웨어 기업이지만, 가상 화폐 투자로 주목을 받았다. 10만개 이상의 비트코인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국내 투자자들은 가상 화폐에 대한 ‘간접 투자’로 이 회사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

순매수 10위인 대니머 사이언티픽은 자연 상태에서도 잘 분해가 되는 생분해 플라스틱 생산 업체로 각국 정부의 친환경 정책 강화에 따라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이다.

◇델타 변이에 다시 한번 주목받는 백신주

8월 들어 감염력이 강한 델타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세가 이어지자 백신주가 다시 주목을 받았다. 모더나가 순매수 3위(6300만달러)였고, 화이자(4000만달러)가 5위, 노바백스(3700만달러)가 7위를 기록했다. 순매수 1위와 2위는 코로나 확산세가 커지면서 다시 ‘언택트(비대면) 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IT(정보기술) 기업인 아마존과 알파벳(구글의 모기업)이 차지했다. 아마존은 1억8200만달러, 알파벳은 1억1200만달러를 사들였다.

서학 개미들은 정부 정책이나 사회·경제적인 상황 변화에 맞춰 투자 종목을 바꾸는 중이다. 대면 경제 활동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지난 6월에는 숙박 공유 업체 에어비앤비가 순매수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올 들어 서학 개미 계좌 141만개 이상 늘어

국내 증시는 주춤하는 모습이지만, 미국 뉴욕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 경신을 하면서 서학 개미 열풍은 이어지고 있다.

30일 금융감독원이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해외 주식 계좌 수는 331만981개로 작년 말(189만6121)보다 141만개 이상 늘었다. 2019년 말(30만3712개)과 비교하면 11배나 늘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해외 주식 금액도 2016년 말 60억1000만달러(약 7조원)에서 지난 6월 말에는 658억8000만달러(약 76조9000억원)까지 불어났다.

연령대별로 보면 30대의 해외 주식 계좌가 108만2040개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많았다. 올 들어 늘어난 계좌 수도 45만개를 넘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계좌 수가 많은 연령대는 20대(84만5383개)와 40대(73만5747개)였다. 해외 주식 계좌 중 20~30대 계좌가 차지하는 비중이 58%에 달한다.

국내 주식 투자자인 동학 개미의 경우 주식 계좌 수를 기준으로 보면 40대(539만5811개)가 가장 많다. 30대(463만7117개), 50대(454만9570개), 20대(305만2860개) 순이다. 4050세대가 46%, 2030세대는 35%다.

◇자정 넘겨 매매하는 ‘올빼미 투자’ 늘어

자정이 지나서까지 주식 매매를 하는 ‘올빼미’ 투자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심야까지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발 빠르게 매도, 매수에 나선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이 2019년 이후 해외 주식 거래 시간을 분석한 결과, 자정부터 오전 6시 사이 이뤄진 거래의 비중이 올 들어 크게 늘었다. 올 들어 심야 거래의 비율은 48%로 지난해(42%)보다 높아졌다. 연령대별로 보면 60세 이상(51.3%)과 20대(49.4%)에서 심야 거래의 비중이 높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30~50대는 아침에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심야 거래의 비중이 20대나 60대 이상에 비해 다소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