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본격화될 것으로 보였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NH농협은행 대출 중단으로 대출 수요가 다른 은행으로 한꺼번에 몰리자, 해당 은행들이 대출 증가를 막기 위해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은 3일 주택담보·전세자금 대출 변동금리를 일제히 0.15%포인트 올렸다. 우대금리를 0.15%포인트 깎는 방식인데, 그만큼 소비자들로선 대출금리가 올라가게 된다.

이에 따라 2.65∼4.15% 범위인 현 주담대 금리는 2.80∼4.30%로 상향 조정된다. 해당 주담대는 아파트를 담보로 신용등급 1등급인 사람이 5년 이상 빌리는 경우다. 구체적인 대출 상품은 신규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기준으로 삼는 변동금리부(6개월 주기)를 말한다. 5년 고정금리 후 변동금리를 택하는 혼합형 주담대의 경우 금리가 기존(2.76∼4.26%)과 변화가 없다.

신규 코픽스 기준으로 6개월마다 금리가 변동되는 전세자금대출의 금리도 2.64∼3.84%에서 2.79∼3.99%로 높아졌다. 전세자금대출은 주택금융공사 등의 보증서를 담보로 받는 대출을 말한다.

우리은행 역시 이달부터 주담대 대출금리를 0.3%포인트 올린 바 있다.

은행들의 대출 금리는 다음 달부터 더 오를 전망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으로 예금(수신)금리도 속속 올라가는 중인데, 이 경우 은행들의 비용이 되는 자금 조달 금리가 높아지므로 대출 금리를 인상해 상쇄하려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은은 추가 기준금리 인상까지 시사한 상태다.

인터넷 전문은행인 케이뱅크는 지난달 28일부터 예금금리를 0.2%포인트 인상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도 예금금리 0.1~0.3%포인트 인상에 나섰다. 이번 달 예금금리 인상 분은 다음 달 15일부터 코픽스 대출금리에 반영될 예정이다.

금리 인상에 더해 금융 당국의 대출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돈을 빌리려는 사람들의 어려움도 더 커지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금융 당국의 권고에 따라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이내로 줄이고,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 역시 5000만원 이내로 묶는 조치를 시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