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본사 사옥인 서울 종로구 서린빌딩과 전국의 SK에너지 주유소 116곳을 주요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SK리츠가 지난 1일 마감된 일반 공모 청약에서 19조원이 넘는 증거금이 몰리면서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리츠는 다수의 투자자에게서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한 뒤 임대료나 매각 차익을 받는 투자를 말한다. 여러 사람이 돈을 모아 대형 부동산에 투자하고 수익을 나눠 갖는 것이다. SK그룹이 사옥 등을 장기로 빌리고 임차료를 SK리츠에 지급하면 이를 주주들이 배당으로 받는 식이다.
지난달 30일부터 사흘간 진행된 SK리츠 공모 청약은 증거금이 19조3000억원에 달했고, 청약 경쟁률은 552 대1을 기록했다. 종전 기록은 2019년 12월 상장한 NH프라임리츠의 7조7000억원과 3198 대1이었다.
2019년 9월 정부의 리츠 활성화 방안이 나온 뒤 코스피 상장 리츠가 늘어나는 추세다. 작년 초 7개였는데 현재 14개로 늘었다.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는 5명 중 1명이 리츠에 투자하고, 싱가포르에선 리츠가 예금보다 더 익숙한 저축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익 90% 무조건 배당
리츠는 기본적으로 장기 보유에 따른 배당을 노리는 종목이다. 총 자산의 70% 이상을 부동산에 투자하고 운용하는 상법상 주식회사다.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무조건 주주들에게 배당해야 한다. 주가가 떨어져도 배당을 일정하게 줘 오히려 배당수익률(주가 대비 배당금 비율)은 높아지는 경우가 많아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평가받는다. KB증권은 “상장 리츠는 4~6% 수준의 배당수익률을 꾸준히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오는 14일 코스피에 상장될 SK리츠는 반기 혹은 연간 단위로 배당하는 다른 리츠들과 달리 분기 배당을 실시하기로 했다. 수익 배분 주기가 빨라진다는 뜻이다. 분기 배당을 하는 상장 리츠는 처음이다.
정부의 리츠 활성화 대책에 따라, 상장 리츠를 사서 3년 보유하면 배당 소득에 대해 9% 저율 분리과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증권사에 개별적으로 신청해야 하며, 소급 적용은 되지 않는다.
다만, 리츠는 상대적으로 안전하지만 주가가 가파르게 오를 가능성은 낮아 유념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배당 이익보다 주가 하락 폭이 더 커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임차인의 임차료 지급 능력이 악화되고 공실률이 상승하면 리츠 배당 이익이 줄 수도 있다.
◇상장 리츠 14곳, 올해 배당만 2173억원
현재 14개의 리츠가 코스피에 상장돼 거래되고 있다. 이들은 올해 총 2173억원을 배당했다. 에이리츠(75%)·케이탑리츠(45%)·모두투어리츠(33%) 등은 연초 후 주가 상승률도 높다. 리츠는 단일 공모가(5000원)가 적용되는데, 6일 현재 에이리츠는 1만1600원으로 공모가의 2배 이상 수준이다. 연초 후 상승률은 높지만 케이탑리츠(1665원)·모두투어리츠(3980원) 주가는 공모가를 밑돈다.
상장 리츠 중 자산이 가장 큰 곳은 지난 2019년에 상장된 롯데리츠(2조4346억원)다. 롯데쇼핑이 대주주로 롯데 계열사 건물·물류창고 등을 자산으로 편입해 운용된다. 올해 총 617억원 배당해 주당 254원, 배당수익률은 4.5%였다. 둘째로 큰 코람코에너지리츠는 SK네트웍스·현대오일뱅크의 주유소를 편입해 운용한다. 올해 총 207억원(주당 297원) 배당해 배당수익률이 4.8%였다. 이리츠코크렙은 이랜드 계열의 리츠로 뉴코아 백화점·아웃렛을 직간접적으로 소유해 수익을 거둔다. 올해 주주들에게 지급한 배당금 총액은 223억원(주당 352원)으로 배당수익률은 5.9%였다.
올 하반기와 내년에 상장하는 리츠도 대기 중이다. 신한서부티엔디와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11월 상장을 목표로 한다. 내년에는 NH올원리츠·마스터프리미어리츠·코크렙30호 등이 코스피에 입성할 예정이다. 부동산 자산만 8조원에 이르는 신세계 그룹이 이지스자산운용과 리츠AMC(자산관리회사)를 설립하는 계획을 논의 중인 것으로도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