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자들의 꿈은 바로 ‘텐배거 종목’을 발굴하는 것입니다. 텐배거(Ten bagger)란,투자 원금 대비 10배 수익을 내줄 유망주를 뜻합니다. 원래는 야구 경기의 10루타란 의미인데, 미국의 유명 펀드 매니저인 피터 린치가 투자 용어로 쓰면서 유명해졌지요.
그런데 요즘 여의도에서 보수적인 투자를 한다고 알려져 있는 기관이 텐배거 행운을 터뜨려 화제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우정사업본부가 주인공입니다.
지난 2015년 10월 카카오뱅크 설립 당시 공동 발기인이었던 우정사업본부는 카카오뱅크에 약 92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그렇게 6년간 장기 보유한 카뱅 주식 1368만여주를 지난 1일 장 마감 직후에 블록딜(시간외 대량 매매)로 처분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손에 쥔 돈은 1조1000억원이고 최종 수익률은 약 1095%. 우정사업본부 역사상 최고 운용 수익률이라고 하네요.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7일 “우체국 예금 등으로 약 80조원을 운용하는데, 대부분의 자금은 안전한 채권으로 굴리고 6조원 정도를 대체투자(비상장 주식, 부동산 등) 용도로 운용한다”면서 “대체투자 자산이던 카카오뱅크가 상장해 주식으로 전환되면서 자산 배분 한도를 벗어났기에 매도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주가는 매일 오르락내리락한다지만, 우정사업본부의 매도 시점도 운이 따랐다는 평이 나옵니다. 카카오뱅크 주가는 7일 5.7% 하락한 7만3000원에 마감했는데, 우정사업본부 매도 단가(8만원)보다 7000원이나 낮습니다. 우정사업본부가 내놓은 매물 80%는 해외 투자자들이 가져갔다고 합니다.
이번 우정사업본부의 카뱅 투자는 사모펀드 같은 돈 사냥꾼들도 평생 맛보기 힘들다는 저세상 재테크였습니다. 만약 일반 금융회사에서 텐배거 대박을 날렸다면 운용역들은 수십억원씩 성과 보수를 받아가겠지만, 우정사업본부는 공무원 조직이기 때문에 그런 별도 보상은 없다고 하네요.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우체국 예금 가입자들에게 이자로 돌려주고, 적자인 우편 사업 부문에도 일부 쓰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