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금리 인하 이후 금융권에서 내몰린 서민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습니다.”
신용도가 낮은 취약계층에게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자립지원단체 ‘더불어사는사람들’ 이창호 대표는 6일 본지 인터뷰에서 “2011년 단체 설립 후 가장 많은 무이자 대출이 지난 7월에 실행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7월 한 달간 3614만원의 대출이 나갔는데, 직전 달과 비교하면 26% 늘었다.
7월은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20%로 낮아진 시기다.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기 어렵게 된 서민들이 불법 사채 시장으로 내몰리기 직전에 이곳을 찾은 것이다. 이 대표는 “대부업체에서조차 돈을 못 빌리는 사람들이 우리한테 온다”고 했다.
정부는 최고금리 인하의 부작용으로 서민금융이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달 햇살론 등 정책서민금융 상품 공급액을 7조9000억원에서 9조60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그러면서 “최고금리 인하가 잘 정착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정부 발표와 사뭇 다르다. 이 대표는 “코로나 이후 실직하거나 가게 문을 닫기 직전에 몰린 2030세대가 우리 기관을 많이 찾아오기 시작했는데 좋지 않은 신호”라며 “젊을 때부터 돈을 벌 수 있는 일감이 끊기면 40·50대가 돼도 빚의 악순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더불어사는사람들은 2만원부터 최대 200만원까지 무이자 대출을 해준다. 성실하게 상환한 기록이 쌓이면 대출금을 조금씩 늘려준다. 이 대표는 “서민금융은 잘못 운영하면 부실률이 걷잡을 수 없이 치솟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연체율이 높아지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4년간 더불어사는사람들의 부실채권 상각률은 5%로, 햇살론 부실률(10%)보다 낮다.
이 대표는 “정부의 서민금융 정책도 부실률을 철저히 관리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금액의 돈을 빌려주더라도 정말 필요한 곳에 돈이 쓰이고, 성실하게 갚아 나가도록 하라는 것이다. 그는 “목돈이 필요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300만원을 한 번에 빌려주기보다 30만원씩 10번에 나눠 빌려주는 식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무작정 한도만 늘려놓으면 돈을 빌린 사람이 갚지 않아도 되는 지원금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정작 꼭 필요한 서민이 돈을 빌리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꿈은 역설적이다. ‘폐업’하는 것이다. “취약계층에 대한 금융 문턱이 낮아지면 우리 같은 단체가 필요 없게 돼 문을 닫아야 하겠죠. 그게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