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장 기업들의 중간배당 규모가 4조원을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코로나 여파로 위축됐던 기업 실적이 개선된 데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확산으로 주주 권익 신장이 경영 트렌드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하반기 들어 증시에 불확실성이 커지며 주가가 횡보하고 있기 때문에 은행 이자처럼 수익을 따박따박 주는 배당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1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6월 중간배당을 한 상장사는 2300여 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62개로, 이들의 중간배당 규모는 4조3913억원이었다. 중간배당은 1~6월까지 영업이익을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것으로 반기배당이라고도 한다.
중간배당이 4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 코로나 사태 때 2조6297억원으로 전년(3조3502억원)보다 21.5% 급감했다가 올해엔 67%(1조7615억원) 급등했다. 종전 최대였던 2019년(3조3502억원)보다 1조411억원(31%) 증가했다.
◇삼성전자 빼도 2조 넘게 중간배당
중간배당 회사 숫자는 작년 47개에서 올해 62개로 32% 늘었다. 삼성전자(2조1550억원)가 전체 중간배당의 절반(49%)을 차지했다. 그러나 전체 중간배당금(2조6297억원) 중 80% 이상을 차지했던 작년과 비교하면 비중은 크게 줄었다. 그만큼 다른 종목들의 중간배당이 증가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상장사 배당액은 2조2362억원으로 지난해(5164억원)보다 333%(1조7198억원)나 늘었다.
이는 올해 실적 개선으로 배당을 늘린 기업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지난달 발표한 12월 결산 코스피 상장사(금융업 등 제외한 587개)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91조319억원으로, 2010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ESG가 중요한 투자 기준으로 부상한 것도 기업들이 배당을 늘리는 이유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작년보다 중간배당을 417억원 늘렸고, 포스코는 작년(398억원)보다 660% 증가한 3025억원을 중간배당했다. 코로나 사태로 작년 한 차례 쉬었던 현대차·에쓰오일은 2년 만에 각각 2005억원·1125억원씩 배당했다. 하나금융은 작년(1457억원)보다 500억원 이상 늘어난 2040억원을 배당했고, KB금융(2922억원)·신한금융(1549억원)·우리금융(1083억원)은 처음으로 중간배당을 했다.
◇금융 등 배당주 투자 관심 가져볼 만
중간배당뿐 아니라 12월 결산 상장사들의 결산(기말)배당도 남아 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올해 예상 배당수익률(주가 당 배당금 비율)이 가장 높은 종목으로는 교육업체 청담러닝(10.6%)이 꼽혔다.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0% 가까이 성장하면서 배당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 전통적으로 배당을 많이 해온 금융주들이 관심 배당주 명단에 올랐다. 금융주들은 낮게 유지돼 온 금리가 코로나 충격이 줄어들면서 반등하게 되면 이익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동양생명(9.3%)·JB금융(9.2%)·우리금융(8.5%)·삼성증권(8.1%) 등 보험·은행·증권 종목들의 배당 수익이 양호할 전망이다.
통상 ‘찬바람이 불면 배당주를 사라’는 말과 달리 배당 기준일(12월 31일)을 앞두고 벌써부터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에프앤가이드가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설정액 10억원 이상의 배당주펀드 262개를 분석한 결과, 최근 6개월간 배당주펀드로 들어온 자금은 4507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펀드에서는 오히려 4777억원이 빠져나갔다.
올 들어 지난달 30일까지 배당주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8.4%로 국내주식형펀드(7.6%)·공모주펀드(5.9%)보다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배당주펀드의 최근 5년간 수익률은 평균 33.4%였다. 장기 투자할 만하다는 뜻이다. 고배당 종목에 주로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는 방법도 있다. 펀드보다 저렴한 수수료에 일반 주식처럼 한 주 단위로 쉽게 사고팔 수 있다.
배당주 투자 시 유의점도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개별 상황 때문에 일시적으로 배당을 많이 한 것인데, 고배당 기업으로 오해하고 올인하는 실수는 피하라고 조언한다. 꾸준히 배당을 해왔는지 여부를 먼저 확인하라는 뜻이다. 배당주도 주식이므로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 손실을 볼 수 있으므로 업황을 먼저 살피는 작업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