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현재는 공매도가 금지된 중·소형주 등에 대해서도 “추후 공매도 재개 방법 및 시기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판 다음 나중에 다시 시장에서 사서 갚는 매매 기법이다. 주가 하락을 유발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중·소형주에 대한 공매도는 정치 테마주 등의 주가 ‘거품’을 제어할 수 있는 장치여서 공매도를 장기간 금지하면 오히려 투자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는 21일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향후 공매도가 금지되어 있는 종목도 코로나 정상화 과정을 보아가며 완전 재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3월 코로나 사태 여파로 주가가 급락하자 공매도를 금지했다가, 지난 5월 코스피200·코스닥150 등 350종목에 한정해 공매도를 재개했다.
금융위는 “공매도는 선진국은 물론 대부분의 증권시장에서 공히 허용되는 투자기법으로 순기능이 널리 인정된 바 있다”고 했다. 금융위는 가격 발견 기능, 유동성 공급, 투자전략 다양화 등을 공매도의 순기능으로 제시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말 국회에서 진행된 인사청문회에서 공매도에 대해 “기본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위 “공매도 재개 이후 문제없었다”
금융위는 지난 5월 공매도를 재개한 이후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지난달 9~20일 코스피(-6.4%) 및 코스닥 지수(-8.7%)가 하락했던 기간에 공매도와 주가 간의 유의미한 관계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 기간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거래 비중은 1.9%로 최근 4개월간 평균 비중(2.1%)보다 낮았다는 것이다.
또한 금융위는 지난 7~8월에는 코스피 등락률이 -3%로 미국 S&P500지수(+5.2%)나 영국 FTSE100지수(+1.2%), 모건스탠리인터내셔널(MSCI) 월드 지수(+4.1%) 등에 비해 낮았지만, 공매도 재개 직후인 5~6월에는 코스피 상승률이 4.7%로 주요국 증시 지수 상승률을 상회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올 들어 8월까지 코스피 상승률 11.3%는 세계 주요국 지수 상승률 대비 가장 낮은 편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일부 투자자들이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에 대해 금융위는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유발한다거나 변동성을 확대시킨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학계에서 합의된 결론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 “공매도는 테마주 억제 장치”
금융위는 지난 5월 홍콩식 공매도 방식 등을 참고해 대형주 위주로 공매도를 부분 재개했다. 금융위는 이런 ‘부분 공매도’ 방식이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반대했었지만, 한편으론 완전 재개 시점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매도를 완전히 재개하는 데 대해 “코로나 정상화 과정을 보아가며”, “공매도 재개·금지의 효과,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등의 선행 조건을 제시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공매도 완전 재개가 너무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공매도가 ‘대선 테마주’ 등의 주가 급등락을 견제할 장치인데, 공매도 완전 재개가 늦어지면서 정치 테마주로 인한 투자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매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대선을 앞두고 정치 테마주를 완전히 억누르긴 어렵다”면서도 “적어도 테마주의 수나 주가 급등락의 폭을 줄여서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에는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지난 6월말까지 대선 주자와의 연관성이 부각되며 주가가 급등해 한국거래소가 경보(사이버 얼럿)를 발령한 종목은 총 29개였다. 제도 시행 첫해인 2017년(39개)을 제외하면 가장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