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증권거래세가 역대 최대로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주식 투자로 손해를 본 투자자가 이익을 본 사람보다 증권거래세를 더 많이 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7일 국회 예산정책처의 예산정책연구에 실린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의 세수 효과’ 논문에 따르면, 2016년 주식 거래에서 전체적으로 손실을 본 사람은 1인당 평균 120만원의 증권거래세를 냈다. 반면 같은 해 수익을 낸 사람은 90만원을 증권거래세로 냈다. 이 연구는 2014~2017년 국내 중·대형 증권사 9곳을 통해 주식 투자를 한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증권거래세는 이익이나 손실과 무관하게 거래할 때 매기는 세금이다. 주식 투자 손실을 본 사람이 그만큼 증권 거래를 더 많이 했다는 얘기다.

거래세는 손실을 본 투자자 입장에선 아까운 지출이지만, 정부 입장에선 짭짤한 수입원이 되고 있다. 27일 국세청이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8조4979억원의 증권거래세가 걷혔다. 올해 전체로는 지난해 기록한 역대 최대 기록(12조3743억원)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 매도 대금의 0.23%를 증권거래세(농어촌특별세 포함)로 내고 있다.

◇거래세 2년 연속 최대치 경신 예상

지난해 증권거래세 세수는 2019년(6조1082억원)의 두 배 수준이었는데, 올해 상반기에만 지난해 한 해 전체 거래세 세수의 약 69% 수준의 거래세가 걷혔다. 올해는 증권거래세 세율이 0.23%로 작년보다 0.02%포인트 낮아졌는데도, 주식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더 많은 거래세가 걷힌 것이다.

거래세뿐만 아니라 한국거래소의 수수료 수입도 많은 편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거래할 때 매수·매도 대금의 0.0036396%를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에 수수료로 내게 된다. 한국거래소가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거래소의 수수료 수입은 3242억원으로 지난해 전체(3714억원)의 87% 수준이다. 지난해 거래소가 9월 14일부터 연말까지 수수료를 면제한 것을 고려하더라도, 올해 상반기에 많은 수수료 수입을 올린 것이다.

◇개인 투자자 손실 키우는 거래세

증권거래세는 매도대금에 부과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수익·손실 여부와 관련 없이 거래세를 내게 된다. 그런데 2014~2017년 연도별로 살펴보면 매해 투자 손실을 본 투자자가 수익을 낸 투자자보다 평균적으로 증권거래세를 더 많이 낸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투자자의 투자 손익과 거래세 규모를 분석한 신우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논문에서 “이러한 거래세는 주식 투자로 이익을 본 투자자와 손실을 본 투자자 간의 세후 순자산의 차이를 더 크게 할 수 있다”고 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단기 차익을 노린 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기 차익을 노리고 투자를 하다 보면 한두 차례 거래에선 수익이 나더라도 전체적으로는 손실이 날 가능성이 커진다”며 “짧은 기간에 주식을 샀다 파는 과정을 반복하면 증권거래세 외에도 각종 수수료가 개인 투자자의 손실을 더 키우게 되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증권거래세 폐지 논의 필요”

2023년부터는 5000만원이 넘는 국내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20~25%를 금융투자소득세로 납부해야 한다. 정부는 금융투자소득세를 도입하면서 현재 0.23%인 증권거래세 세율은 0.15%로 낮출 예정이다. 신우리 부연구위원이 2014~2017년 거래 자료를 바탕으로 추계한 결과 증권거래세 세율을 낮춰도 금융투자소득세 신설 등으로 전체적인 세수는 1조7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으로 국내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가 강화되는 만큼 증권거래세 세율을 더 낮추거나, 아예 폐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유경준 의원은 “미국·일본 등 선진국 증시에서는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거나 세율을 아주 낮은 수준까지 낮췄고, 국제적으로 증권거래세나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중 하나만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것에 대한 입법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