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200만원 쓰면 10만원씩 쿠폰 주는 꿀카드 어디 없나요?”
40대 주부 김모씨는 지난 5년간 사용해 온 메인카드의 대안을 찾고 있지만, 눈에 차는 상품이 없어 고민이다. 이씨는 “5년 전에 NH시럽카드를 만들었는데 한 달 200만원을 쓰면 10만원 어치 쿠폰을 줘서 카드 효율(피킹률)이 5%나 됐다”면서 “그런데 요즘은 카드 피킹률이 5%는커녕, 1%짜리도 찾기 어려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할인·적립 인심이 후했던 ‘레전드 카드’들이 줄줄이 사라지고 있다. 2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신규 발급이 중단된 신용·체크카드는 130종(7개사 기준)에 달했다. 단종 카드 리스트에는 발급 건수가 적었던 비인기 카드가 많았지만, 혜택이 푸짐해서 카드사 입장에선 적자인 카드들도 다수였다.
알뜰 소비자들은 진입 장벽이 그리 높지 않으면서 피킹률이 높은 레전드각 카드를 찾고 있지만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이다.
피킹률이란, 알뜰 소비자들이 신용카드 혜택을 얼마나 잘 챙기고 있는지 계산할 때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다. 카드 사용액 대비 실제로 받은 혜택이 얼마나 되는지 따져보는 것이다. 피킹률이 적어도 5%는 넘어야 ‘레전드 카드’라고 말할 수 있고, 피킹률 3% 이상도 메인카드로 쓰기에 괜찮은 카드라고 말할 수 있다.
지난 2016년 4월 혜성처럼 등장했다가 사라진 NH시럽카드가 바로 피킹률 5% 이상인 대표적인 레전드 카드다. 당시 반년간 판매됐다가 10월에 바로 단종됐다.
NH농협은행이 SK플래닛과 업무 협약을 맺고 출시했는데 혜택이 너무 좋아 순식간에 44만장이나 발급됐다. 한 달 200만원을 쓰면 다음 달에 10만원 상당 쿠폰을 줬는데, 조건이 까다롭지 않다 보니 대다수 카드 가입자들이 혜택을 챙겼다.
카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SK플래닛은 예측을 잘못하는 바람에 매년 수백억원의 적자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NH시럽카드는 한국 신용카드 역사에 ‘최대의 역마진 카드’라는 기록을 남겼다. 소비자가 카드를 쓸수록 손실이 커지다 보니, SK플래닛은 급기야 지난 2019년 카드를 해지하면 최대 100만원 상당의 명예퇴직금을 지급한다는 유례없는 이벤트까지 펼쳤다.
레전드 카드의 멸종은 마케팅 출혈 경쟁을 자제하라며 금융당국이 강력한 규제를 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만든 신용카드 수익성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상품 출시 후 5년간 흑자를 내야 하고, 연회비를 넘는 과도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빅테크 기업들은 마케팅 관련해서 규제를 덜 받는데, 기존 카드사는 이런 규제, 저런 규제 때문에 영업하기 힘들어졌다”면서 “소비자들은 카드 혜택이 줄어든다고 불만이지만, 각종 페이 등 경쟁자들이 많이 나오는 상황에서 고객을 빼앗기니까 (우리도) 불만”이라고 말했다.
레전드 카드를 보유했던 소비자들은 10% 할인 혜택이 주어지는 지역상품권에 눈을 돌리기도 한다. 5년 유효기간 만기로 시럽카드의 대안을 찾고 있는 회사원 최모씨는 최근 지역 상품권을 사모으고 있다. 최씨는 “시럽카드는 상품 개발자가 해고 조치를 당했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좋은 카드였는데 이제 보내야 하니 아쉽다”면서 “지역상품권은 자주 나오지 않고 지역 내에서만 써야 한다는 제약은 있지만, 피킹률이 10% 이상으로 높아서 쏠쏠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