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코스닥 상장사인 동진쎄미켐의 주가 추이./네이버 캡처

피같은 돈이 오가는 주식시장에선 가벼운 장난도 유죄다.

1일 오후 2시반, 코스닥 반도체 기업인 동진쎄미켐의 주가가 갑자기 불기둥을 뿜었다. 텔레그램과 오픈채팅방에서 공유된 ‘뉴스속보’ 때문이었다. 제목은 ‘[단독] 이재용, 동진쎄미켐 인수 지시... 포토레지스터 키운다’로 시작됐다. 다른 뉴스와 다를 바 없는 비슷한 포맷이었다. 주가는 단숨에 상한가(4만850원)로 치솟았다. 지난 1999년 동진쎄미켐 상장 이래 사상 최고가였다.

가짜뉴스 화면/인터넷 캡처

적을 때는 20만주, 많아봤자 200만주 정도 거래되던 동진쎄미켐은 이날 거래가 대폭발했다. 1700만주 넘는 손바뀜 속에 하루 거래대금 6261억원으로 코스닥 1511개 기업 중 1위였다(한국거래소). 외국인과 기관은 ‘이게 웬 떡이냐’하면서 150억원씩 신나게 팔아치웠고, 뉴스를 본 개미들이 불나방처럼 몰려와 320억원 어치 주식을 담았다.

하지만 출처 없는 가짜 뉴스라는 점이 밝혀지면서 주가는 순식간에 아래로 방향을 틀었다. 결국 이날 동진쎄미켐은 상승분을 거의 다 반납하고, 전날보다 3.02% 오른 3만2400원에 마감했다. 뒤늦게 가짜 뉴스에 속았다는 것을 안 투자자들의 매물이 쏟아지면서 장외에서는 결국 3만1000원까지 주가가 빠졌다.

동진쎄미켐은 시가총액이 1조6000억원이 넘어 코스닥 시총 순위 28위인 번듯한 상장사이다. 하지만 중견 기업의 주가가 황당한 낚시성 가짜 뉴스 하나로 상한가까지 치솟았다가 떨어지자, 개인 투자자들은 ‘악의적인 주가 조작’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개인 투자자는 “시총이 1조가 넘는 기업인데 이렇게 주가가 급등락하다니, 코스닥 전체 기업에 대한 불신까지 생기려고 한다”고 밝혔다.

대형 증권사 A부장은 “장중 이상 급등을 보이는 주식이 나오면 개인 투자자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 주식을 매수하곤 한다”면서 “차트를 보니 기존 주주들이나 외국인, 기관은 정말 좋은 가격에 싹 다 매도했고, 가짜 뉴스만 믿고 달려든 개인들만 피해를 입었을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A부장은 이어 “아무런 이슈 없이 갑자기 급등하는 종목을 본다고 해서 욕심에 눈이 멀어 뛰어드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주식 투자할 때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받는 뉴스는 진짜인지 아닌지 잘 살펴봐야겠다. 1일 오후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 공유된 동진쎄미켐의 호재성 뉴스는 가짜였다. 가짜뉴스 하단에는 '당신은 낚시 뉴스에 당하셨습니다'라고 적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