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적금뿐 아니라 펀드와 주식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한 계좌로 투자할 수 있어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가입한 20대 투자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올해 2월 국내 주식 투자가 가능한 ‘중개형 ISA’가 출시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1일 금융투자협회가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194만개였던 ISA 계좌 수는 지난 7월 말 226만개까지 늘었다. ISA를 통한 투자 금액 역시 같은 기간 6조4029억원에서 8조9342억원으로 2조5000억원가량 증가했다. 20대 계좌 수가 12만4000개에서 35만6000개로 늘면서 증가세를 주도했다.
◇중개형 ISA가 대세
ISA는 가입 기간 동안 발생하는 이자·배당소득에 대해서는 200만원까지 비과세하고, 이를 넘어서는 금액에 대해서도 9% 세율을 적용한다. 이자·배당소득세율(14%)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의 ISA 상품은 국내 주식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ISA 계좌 수는 도입 첫해인 2016년 말 239만개까지 불어났다가 이후 감소세를 보였다.
그런데 지난해 말 세법 개정으로 올해 2월 국내 주식 투자가 가능한 중개형 ISA가 출시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지난 7월 말 기준 전체 ISA 계좌 중 중개형 계좌의 비율은 54%(121만9000개)가 됐다.
중개형 ISA의 인기 속에 20대 ISA 가입자는 세 배 가까운 수준까지 늘었다. 기존에는 근로·사업소득이 있어야 ISA 가입이 가능했지만, 세법 개정으로 19세 이상이면 가입이 가능해진 영향도 있었다. 50대 이상 계좌 수도 48만6000개에서 50만8000개로, 60대 이상 계좌 수도 24만9000개에서 31만개로 늘었다.
계좌 수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여전히 아쉬운 부분도 있다고 금융투자업계는 지적한다. ISA로 투자하는 자산 중 예·적금의 비율은 63.8%로 지난해 말(73.8%)에 비해선 10%포인트가량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편이다. 안전한 예·적금에 집중돼 있어 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세법 개정 과정에서도 “ISA 편입 자산이 안전 자산에 집중되어 있어 실효적인 자산 형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런 이유로 ISA 계좌 수는 2016년 처음 제도를 도입할 때 예상했던 전망치(500만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미리 만들어두면 이익
올해와 내년까지는 국내 주식 매매 차익에 대해 대주주(한 종목을 10억원 이상 보유)가 아니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고 해도 중개형 ISA의 장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중개형 ISA를 통해 투자하면 배당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고, ISA 계좌 내에서 국내 주식 투자를 했다가 손실이 발생하면 다른 금융상품에서 발생한 소득과 합산해 실제 수익이 난 부분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면 된다는 장점도 있다.
게다가 2023년이 되면 ISA의 ‘장점’이 늘어난다. 2023년부터는 국내 주식에서 5000만원(기본공제)이 넘는 매매 차익이 발생하면 금융투자소득세(세율 20~25%)를 내야 하는데, 중개형 ISA를 통해 투자한 주식에 대해서는 금융투자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이승준 삼성증권 세무전문위원은 “ISA 내 국내 주식 매매 차익 비과세 혜택은 금융투자소득세 기본 공제(5000만원)와는 별도로 적용된다”고 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2023년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고려해 당장 투자 계획이 없더라도 중개형 ISA를 만들어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연간 2000만원인 ISA의 납입 금액 한도가 다음 해로 이월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올해 ISA 계좌를 만들고 500만원만 투자한 뒤 추가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금융투자소득세가 도입되는 2023년에 ISA를 통해 5500만원(2021년 한도 이월 1500만원+2022년 한도 이월 2000만원+2023년 한도 2000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는 것이다.
☞중개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금융소득에 대한 절세 혜택이 있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중에서도 국내 주식 투자가 가능한 ISA. 지난해 세법 개정으로 ISA를 통한 국내 주식 투자가 가능해졌고, 올해 2월 중개형 ISA가 처음 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