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3분기(7~9월) 경제 성장률이 4.9%로 집계됐다고 18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했다. 최악의 전력난과 부동산 재벌 헝다(恒大) 파산 위기 등으로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성장률은 지난 1분기 18.3%로 1992년 통계 작성 이후 2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작년 초 코로나로 성장률이 급락했던 기저 효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의 적정한 잠재 성장률은 5.5%로 추정되고,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발표에서 올해 공식 성장률 목표치를 ‘6% 이상’으로 잡았지만, 성장률이 5%를 밑돌면서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왕쥔(王軍) 중위안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4분기에도 경기가 계속 하강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중국은 부동산 시장 규제, 에너지 부족, 산발적 코로나 확산, 치솟은 원자재 가격 등에 따른 청구서를 지불할 때가 됐다”고 했다.

중국 경제의 둔화와 글로벌 공급망 문제, 원유 등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겹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자 각국이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글로벌 경기가 급속하게 위축될 위험이 커졌다.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넘어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경제적, 군사적으로 격화되는 것도 이런 상황에 영향을 준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성장률 추락은 전력 대란으로 생산이 부진한 것이 주된 원인이다. 3분기 제조업 가동률은 77.1%로 올 들어 가장 낮았고, 이날 발표된 9월 산업생산 증가율도 전년보다 3.1% 증가하는 데 그쳐 8월(5.3%)보다 낮아졌다. 국가통계국은 “중국 경제의 운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작년 9월 “206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줄인다”고 공언한 후 석탄 발전을 제한하고 있다. 여기에 외교 갈등을 빚는 호주에 ‘경제 보복’을 한다며 석탄 수입 중단 조치를 내렸다가 석탄 값 급등이라는 부메랑을 맞았다. 지난 7월 말부터 31개 성(省) 중 최소 20개 성에서 전력 공급 제한 조치가 시행 중이다.

중국이 1인당 소득이 중간 수준(1000~1만2000달러)에 갇혀 정체되는 ‘중진국 함정’에 빠졌다는 진단도 나온다. 지난달 파스칼 라미 전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은 “자국 기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중국은 중진국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성장률은 남유럽 재정 위기가 불거진 2012년 2분기(7.6%)에 ‘바오바(保八·성장률 8% 유지)’ 정책이 무너졌고, 코로나 위기가 시작된 작년 1분기(-6.8%)에는 ‘바오류(保六·성장률 6% 유지)’도 지키지 못했다.

중국 정부는 이런 상황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지난 14일 “올해 중국 경제가 안정적이며 주요 거시 경제 지표도 합리적인 구간에 있다”고 말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미국과 무역 갈등을 벌이는 중국이 불필요하게 미국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차원에서 목표를 낮게 잡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면서 “그렇다고는 해도 잠재성장률(5.5%)보다 훨씬 낮은 4%대 3분기 성장률은 쇼크다”고 말했다.

세계 경제는 중국 위기에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따른 물가 상승까지 떠안은 상태다. 물가 급등은 생산과 소비에 장애가 돼 성장률을 갉아먹고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기업 투자 등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17일(현지 시각)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경제학자 67명에게 설문한 결과 미국의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치 전망은 5.25%로 집계됐다. 신문은 “10·11월에도 비슷한 수치가 이어진다면 1991년 이후 최장 기간 5% 이상 상승률을 기록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조사 대상 경제학자 절반가량은 “향후 12∼18개월간 노동력 부족에 따른 공급망 병목 현상이 미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라고 답했다. 피트 부티지지 미 교통장관도 이날 “(물류의) 어려움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