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카카오 주가는 63.7% 올랐다. 국내 대표 인터넷 플랫폼 기업으로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주가가 급등한 것이다. 지난 4월 1주를 5주로 쪼개는 액면분할로 1주당 주가가 낮아짐으로써 소액 투자자들이 보다 쉽게 투자할 수 있게 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런데 올 들어 카카오 주식을 3조5000억원어치 순매수한 개인 투자자들은 카카오 투자에서 큰 수익을 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지난 12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평균 12만7200원에 카카오를 순매수했는데, 이를 20일 종가(12만8000원)와 비교해보면 평균적인 수익률은 0.6%에 불과하다. 카카오 주가는 급등했지만, 개인 투자자의 ‘수익률’은 저조한 수준이었던 것이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개인 투자자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카카오를 포함한 7개 종목의 개인 투자자 수익률(추정치)이 올해 주가 등락률보다 낮았다. 주가가 많이 올랐어도 개인 투자자의 수익률은 그에 못 미치거나, 주가가 하락했는데 투자자는 그보다 더 큰 손실을 본 것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이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도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8종목의 추정 수익률이 올해 주가 등락률보다 낮았다. 전문가들은 “개인 투자자들이 이미 주가가 많이 올라 있는 종목에 투자했다가 크게 수익을 내지 못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개인들이 상투(주가 최고점)에서 주식을 비싸게 샀다는 것이다.

◇IT주 많이 올랐는데… 내 수익률은 왜?

코로나 사태로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IT(정보기술) 기업의 주가는 많이 올랐다. 국내에서는 카카오(63.7%)와 네이버(39.3%)가 많이 올랐고, 해외에서는 구글(61.8%)이 많이 올랐다. 그런데 이들 기업에 투자한 개미들의 수익률은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네이버 투자자의 추정 수익률은 9.6%로 주가 상승률에 비해 30%포인트가량 낮았고, 구글 주식을 산 국내 투자자의 추정 수익률(8%)도 가파른 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저조한 수준이었다.

증권가에선 “개미들이 ‘막차’를 타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 특정 기업의 주가가 오를 만큼 오른 다음에 그 기업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개인들은 지난 6월에 카카오를 1조2000억원 순매수했는데, 이미 지난 6월에는 카카오 주가가 최고가를 기록하는 등 이미 많이 상승해있는 상태였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지난 6월처럼 카카오 같은 기업의 주가가 더 높은 수준으로 뛰어오를 때 개인들은 ‘이때를 놓치면 이 주식을 못 살지도 몰라’라는 공포감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주가가 크게 오르는 도중이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가 주식을 산 가격이 ‘유리한 가격’이 되기는 어려운 것”이라고 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관이나 외국인에 비해 기업에 대한 정보나 분석 능력 등이 부족한 개인들은 주가가 급등한 종목을 ‘괜찮은 종목’으로 인식하고 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또 개인들이 기관처럼 과감하게 손실을 감수하고 주식을 팔지 못하기 때문에 손실이 더 커지는 경우도 있다. LG전자는 올 들어 주가가 7.4% 하락했는데, 개인 투자 수익률(-14.6%)은 더 나빴다.

◇수익률은 서학개미가 좋았다

순매수 상위 종목의 수익률은 국내보다는 해외 주식이 더 높았다.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1~2위인 테슬라(13.9%)와 애플(18.8%)의 개인투자자 추정 수익률은 두 자릿수였다. 테슬라의 경우 지난 1월 주가가 최고가인 883.09달러까지 올랐다가 3월에는 563달러까지 하락하며 투자자들이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런데 이후 좋은 실적을 기록하며 지난 18일에는 주가가 최고가에 근접한 870.11달러까지 회복됐다. 순매수 3위 구글의 개인투자자 수익률도 8%였다.

반면 동학개미들은 순매수 1~3위인 삼성전자(-12.9%), SK하이닉스(-16.4%), 삼성전자 우선주(-13.1%)에서 모두 손해를 봤다. 주가 자체가 작년 말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동학개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카카오와 네이버, 기아를 제외한 7개 종목이 수익률 마이너스 상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작년 말에는 주식에 투자하려면 모두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 주식을 사야 할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결과적으로 그때가 고점에 근접한 수준이었던 것”이라며 “모든 투자자가 ‘유망 주식’이라고 열광하는 종목에서는 큰 투자 수익을 거두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