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미국 뉴욕 증시에도 비트코인 선물 상장지수펀드(ETF)의 거래가 시작되면서 국내에서도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금융상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가상화폐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금융상품의 출시에 대해 아직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국내 자산운용업계는 해외 비트코인 금융상품 출시 동향에 대해 주시하고 있다. 이에 지난 7월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은 펀드의 투자대상자산에 가상화폐 등 가상자산을 포함시키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은 시세 변동성이 크고 투자대상자산으로서의 재산적 가치 여부도 불분명하므로 펀드에 편입을 제도적·명시적으로 허용하는 것은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과세도 하면서 재산 가치 불투명?
펀드의 투자 대상 중 주식·채권 등 증권이나 부동산을 제외한 자산을 ‘특별자산’이라고 하는데, 가상화폐가 펀드 투자대상이 되면 우선 특별자산 중 하나로 분류될 것으로 보인다. 특별자산은 선박이나 인프라, 엔터테인먼트(영화·음악 등의 수익을 분배받을 수 있는 출자지분 또는 권리), 아트 관련 수익권, 탄소배출권, 우주·항공 관련 수익권, 농축산물이나 광물·에너지 등으로 다양하다. 일단 국내 금융당국은 가상화폐가 이러한 특별자산과 달리 재산적 가치가 있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내년부터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가 시작될 예정이라는 점이다. 내년부터 가상화폐 매매차익이 250만원이 넘으면 2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가상화폐는 매매 차익에 대해서 세금을 부과하지만, 재산적 가치가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은 ‘존재’로 여겨지는 셈이다. 또한 이미 특정금융정보법에도 “가상자산이란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라고 정의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국회에서는 여야 모두 가상화폐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금융투자소득’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이미 대부분 투자자들이 가상화폐를 주식과 비슷한 투자대상으로 보고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금융당국은 가상화폐 투자를 금융 투자라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해외에서는 펀드가 비트코인 관련 투자
국회 정무위원회는 권은희 의원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에서 “우리나라에는 아직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펀드가 없으나, 미국의 그레이스케일(Grayscale) 등 해외 일부 펀드에서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에 투자하고 있다”며 “지난 2월에는 캐나다에서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 ETF를 승인했다”고 했다. 지난 19일에는 비트코인 선물 ETF가 뉴욕 증시에 상장된 것이다.
그럼에도 금융위원회는 “현재 가상자산 제도 전반에 대한 글로벌 논의와 더불어 국내에서도 국회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해당 논의 경과를 보아가며 제도화 여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올 들어 지난 5월부터 가상자산 시장 관련 법안이 다수 발의된 바 있는데, 이에 대한 논의를 다 거친 이후에 결정하자는 것이다.
◇비트코인 ETF 출시 이어질 듯
지난 21일(현지시각) 프로셰어즈 비트코인 스트레티지 ETF는 전일 대비 5.7% 하락한 40.8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상장 첫날 상장 전 기준가(40달러) 대비 4.9% 상승한 41.94달러까지 올랐고, 둘째날에는 43.28달러까지 추가 상승했었다. 그런데 21일에는 19일 종가에 못 미치는 수준까지 하락한 것이다. 미국 내에서도 비트코인 선물 ETF가 과연 비트코인 현물 가격을 제대로 추종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는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프로셰어즈 외에도 다른 자산운용사들이 가상화폐 ETF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인베스코, 반에크, 발키리, 갤럭시 디지털 등 다른 운용사들이 비트코인 ETF를 내놓으면, 이들 상품에 대한 관심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상화폐에 직접 투자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던 투자자 입장에서는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ETF에 투자하는 것이 비교적 손쉬운 투자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