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외국인 투자자들이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3사의 주식을 9000억원 가까이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증권업계에선 “전기차 업체 테슬라 주가가 오르면서 전기차·배터리에 투자하는 펀드 자금이 유입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9월 2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공장에서 주최한 '배터리 데이' 행사에서 새 전기차 배터리 전략을 공개하고 있다. /테슬라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주식은 LG화학(5520억원)이었다. 외국인 순매수 5위가 삼성SDI(1700억원)였고, 6위가 SK이노베이션(1650억원)이었다. 지난달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3조9000억원을 순매도했는데, 배터리 기업 주식은 순매수한 것이다. 지난달 한 달 동안 테슬라 주가는 43.7% 올랐는데, 해외에서도 테슬라 등 전기차 기업과 글로벌 대표 배터리 기업에 함께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돈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와 금융주 사들였다

테슬라가 최근 “모든 차종의 기본 모델에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하겠다”고 밝힌 것은 국내 배터리 기업에는 ‘악재’에 가까웠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생산하는 삼원계 리튬이온 배터리가 일종의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었는데, LFP 배터리는 주로 중국 기업이 생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슬라가 주목을 받으면서 전기차나 배터리 업종 전체에 호재로 작용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기차와 전기차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배터리가 투자 키워드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해외에서도 테슬라 주가가 상승하는 국면에서 테슬라에 간접 투자를 하려는 투자자들이 많았을 것”이라며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기업에 투자하는 ETF가 인기를 얻으면서 이러한 펀드를 운용하는 외국 금융사들이 국내 배터리 기업 주식을 순매수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기아(2040억원)나 현대차(910억원) 등 자동차 기업의 주식도 순매수했다.

지난달 외국인 순매수 2위는 KB금융(2080억원)이었다. 최근 국채 금리 등 시장 금리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예대마진(대출 금리와 예금 금리의 차이)이 커질 수 있어, 외국인 투자자들은 금융지주의 수익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픽=송윤혜

◇삼성전자는 ‘팔자’ 이어져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는 계속 팔고 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보통주를 21조5860억원(우선주는 4조698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지난달에도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주식은 삼성전자 보통주(2조5240억원)와 우선주(3940억원)였다. 삼성전자 보통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작년 말 55.7%였는데 지난달 말에는 51.3%까지 떨어졌다.

투자업계에선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 투자 비중을 줄이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국내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에 대한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 삼성전자를 파는 것이 아니라 ‘한국 증시’를 팔고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종에 대한 전망이 악화되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은 SK하이닉스 주식은 지난달 1910억원(외국인 순매수 종목 4위)어치 사들였다. 유독 삼성전자만 팔아치우고 있는 중이다.

정명지 팀장은 “코로나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제조업 수출의 비중이 큰 한국 경제가 회복이 빨랐지만 이제는 ‘위드 코로나’로 접어들면서 서비스업 중심의 미국·유럽 경제에 대한 전망이 상대적으로 좋아진 것”이라며 “이로 인해 국내 증시에서 자금이 이탈하고 있고 국내 시총 1위 삼성전자 주식 순매도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