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을 둘러싸고 가입자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은퇴자는 예전에 직장보험 자녀 피부양자가 되어 건강보험 혜택을 누리면서 보험료는 납입하지 않아 건강보험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일정 규모 이상의 재산과 소득이 있는 경우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되어 건강보험료를 내야 한다.

기준도 점점 강화되고 있어 은퇴자들의 건강 보험료 부담은 점점 무거워지고 있다. 2018년 7월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가 개편되면서 피부양자에서 탈락한 사람이 38만3391명이었고, 이들은 매년 약 3000억원의 지역 가입자 건강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다.

내년 7월 기준이 강화될 때는 지난번 피부양자 탈락 수의 두 배 이상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은퇴자들이나 은퇴를 앞두고 있는 사람들, 은퇴한 부모, 약간 소득이 있는 전업주부는 자산 포트폴리오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건강보험료는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우리나라가 고령 사회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1955년생을 필두로 63년생까지 711만명에 이르는 베이비 부머는 올해 맏형이 66세가 됐고, 막내는 58세가 된다. 앞으로 2년만 지나면 막내도 예순 줄에 들어서는 것이고, 그만큼 의료비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12년간 1회 동결 빼고 계속 오른 건보료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는 크게 세 가지다. 직장 가입자, 지역 가입자, 피부양자로 나뉘어 있다. 유리 지갑이라고 하는 직장 가입자는 소득 파악이 쉬워 건강보험료 부과에 문제가 없다. 반면 지역 가입자는 소득 파악이 어려워 그동안 성별, 나이, 자동차, 부동산 등의 재산으로 추정해 평가 점수를 매겨 이것을 기반으로 건강보험료를 부과한 것이다.

지난 2018년 7월 이러한 평가 점수를 폐지하고 점차 종합소득을 기준으로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개편했고, 내년 7월부터는 이 기준이 한층 강화된다.

자동차에 매기던 건강보험료는 현재 1600cc 이하는 면제되고, 1600~3000cc 이하의 자동차에 해당하는 건강보험료는 할인을 적용하고 있다. 내년 7월부터는 4000만원 이상 자동차에만 건강보험료를 부과한다.

이렇게 개편하면 그동안 소득별 건강보험료 편차가 작았던 지역 가입자의 보험료 차이가 커지게 된다. 저소득자의 건강보험료는 줄어드는 반면 고소득자는 더 많은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게 될 것이다.

피부양자는 현재 종합소득이 3400만원을 초과하거나 또는 과세표준(기준시가 등) 5억4000만원을 초과하면서 연 1000만원 이상 소득이 있으면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되어 지역 가입자로 건강보험료를 내게 된다.

내년 7월부터는 종합소득이 2000만원 초과 또는 과세표준 3억6000만원을 초과하면서 연 1000만원 소득이 있으면 지역 가입자로 전환된다. 과표가 9억원을 초과할 경우에는 소득과 관계없이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된다.

◊제도 개편 이후 피부양자 탈락 가능성 높아져

그렇다면 자산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바꿔야 할까?

예를 들어 60대 은퇴 생활자가 시가 6억원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시가 3억원의 오피스텔을 보유해(아파트와 오피스텔을 합친 기준시가는 4억8000만원) 연 1500만원 임대 소득이 있고 800만원을 국민연금에서 받고 있다면, 현재는 약간의 소득세만 납입하면 되고, 건강보험료는 자녀의 피부양자가 될 수 있어 납입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년 7월부터는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되어 지역 가입자로 건강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따라서 할 수만 있다면 직장 가입자 자격을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 좋다. 퇴직을 최대한 늦추거나 퇴직 후에 지인의 회사 등에 재취업하는 방식이다. 물론 직장 가입자도 내년 7월부터 소득이 2000만원이 넘으면 보험료를 더 내야 하지만 상승 폭은 미미하고, 재산 정도와는 무관하며 절반은 회사가 내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

둘째, 재산 과표를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증여세 없이 증여할 수 있는 한도는 10년간 배우자는 6억원이고, 자녀는 5000만원(미성년자는 2000만원)이다.

앞서 예를 들었던 60대 은퇴 생활자는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공동 명의로 바꿔 50%를 배우자에게 증여하면 증여세는 없고, 임대 소득은 1500만원에서 750만원으로 감소하게 된다. 국민연금 800만원은 50%가 반영되어도 400만원이므로, 합산 소득 1150만원이 되어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공시 가격 상승을 감안해야 하겠지만 아마도 당분간 과세표준 3억6000만원 이하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집값 상승세를 감안할 때 기준시가 3억6000만원 이하로 유지하는 것은 수도권이나 대도시는 사실상 어려울 수 있다.

셋째, 토지가 있어 소득은 많지 않지만 기준시가가 5억4000만원(2022년 7월부터는 3억6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연 소득이 1000만원을 넘지 않게 유지한다면 마찬가지로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증여세를 조금 더 납입하더라도 소득이 발생하는 자산을 자녀에게 이전한다면 연 소득이 1000만원이 넘지 않게 유지할 수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과표가 9억원을 초과하게 되면 소득과 관계없이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된다. 앞의 사례에서 임대 소득이 발생하는 오피스텔을 자녀에게 증여하면 임대 소득이 자녀에게 귀속되기 때문에 부모는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연금이나 금융 소득을 줄이는 방법이 있다. 건강보험료 산정에 포함되지 않는 비과세 소득을 늘리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보험사의 장기 비과세 상품이다. 연금 같은 저축성 상품에 5년 이상 납입하고 10년 이상 유지하는 월 납입식 상품은 개인당 월 150만원까지 가입 가능하다. 부부가 가입할 경우 300만원까지 가능하다. 한꺼번에 목돈을 맡길 때는 인당 1억원까지 납입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