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대출 중 부실 위험이 큰 채권이 코로나 사태 이후 1년 반만에 22조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올해 초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코로나19 여신(대출) 상담창구의 모습./뉴시스

지난해 코로나 사태 이후 국내 은행의 기업 대출 가운데 부실 위험으로 분류되는 대출이 22조원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부실 위험 대출은 부실 대출(3개월 이상 연체)로 넘어가기 직전인 연체 기간 1~3개월인 대출 등 부실 가능성이 커진 대출이다.

5일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인터넷전문은행을 제외한 15개 국내 은행의 기업 대출 가운데 부실 위험 대출이 지난 6월 말 기준 116조원을 기록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12월(94조원)과 비교하면 23%(22조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업 대출 증가율 15%보다 높다. 부실 위험 대출이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10.2%에서 10.9%로 증가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30일 “국내 은행의 부실 채권 비율이 5분기 연속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부실 대출로 확인되기 직전인 부실 위험 대출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성상화 예보 은행상시감시팀장은 “국내 은행의 기업 대출 연체율은 코로나 이후 신규 대출 증가,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 등에 따라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신용 위험이 증가한 대출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이후 국내 기업들은 재무 안전성이 떨어지고,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이자)도 충당하지 못하는 한계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80만개 기업의 부채 비율은 2019년 말 115.7%에서 2020년 말 118.3%로, 차입금 의존도는 29.5%에서 30.4%로 상승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다 못 갚는 기업의 비율이 40.9%(2020년 말 기준)로 2015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은행 부실 채권 비율이 낮은 편으로 집계되지만,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는 대출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며 “잠재적인 부실 대출의 규모를 정확히 추정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