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된 국내 은행산업에 ‘메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잇따라 소비자들에게 내걸었던 약속을 지키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토스뱅크는 지난 10월 출범 당시 ‘조건 없는 2% 예금’과 함께 ‘조건 없는 체크카드’를 내세우며 소비자들을 끌어모았지만 두 달 만에 이 약속을 깼다. 토스뱅크는 1억원이 넘는 예치금에 대해서는 금리를 2%에서 0.1%로 대폭 낮추면서 “대다수의 고객은 지장이 없다”는 주장을 폈다. 또 체크카드 캐시백 혜택을 줄이면서도 “새로운 이벤트가 시작된다”고 포장했다.

토스뱅크에 앞서 출범했던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시중은행들이 기피하던 중·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하기로 하고 금융 당국과 협의해 목표치까지 정했지만, 올해 이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기존 은행들처럼 돈을 빌려줬다가 떼일 위험이 낮은 고신용자 위주로 대출을 해줬기 때문이다.

/일러스트=박상훈

◇두 달 만에 약속 깬 토스뱅크

토스뱅크는 그동안 체크카드로 커피전문점,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택시, 대중교통에서 결제하면 각각 하루 한 차례씩 300원의 캐시백 혜택을 제공해왔다. 하루 최대 1500원의 캐시백을 받을 수 있었다. 전달 사용 실적이 적으면 혜택을 주지 않던 기존 카드사들과 달리 사용 실적을 따지지 않았기 때문에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다음 달 5일부터는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 결제 시 하루 한 차례 300원을 돌려주던 대중교통 캐시백을 하루 한 차례 100원으로 줄였다.

또 결제 건수당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금액 기준도 신설했다. 지금은 편의점에서 1000원짜리 껌 하나를 사도 300원 캐시백을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금액 기준이 3000원으로 상향된다. 편의점도 GS25와 CU 등 2곳으로 축소된다. 고객 입장에서는 혜택이 축소되는 것이지만, 토스뱅크 측은 “에피소드1 혜택이 1월 4일 종료되고, 1월 5일부터 에피소드2가 시작된다”고 안내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다른 서비스들을 추가하는 것도 검토했지만 오히려 소비자들을 더 기만하는 것 같아 내부 논의 끝에 이번에는 서비스를 축소만 하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금융사들은 토스뱅크의 이 같은 마케팅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원래 카드에 부가된 서비스는 약관에 따라 3년 이상 제공해야 변경이 가능하다. 또 부가서비스를 변경할 때는 6개월 전까지 변경 사유, 변경 내용 등을 소비자에게 홈페이지와 명세서 등 방식을 통해 고지해야 한다. 하지만 토스뱅크처럼 부가서비스가 아니라 ‘이벤트’로 등록하면 문자나 앱 알림을 통해 수시로 혜택을 바꿀 수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를 새로 출시할 때 ‘6개월만 이벤트를 하겠다’고 금융 당국에 보고하면 거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3개월짜리 이벤트를 부가서비스처럼 포장하는 것은 당국이 못하도록 지적하는 문제인데, 토스뱅크는 어떻게 승인을 받았나 모르겠다. 너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카뱅·케뱅, 중금리대출 목표 달성 요원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2017년 출범할 때 금융위원회는 “기존 은행이 하지 않는 소매금융 혁신을 담당하는 ‘챌린저 뱅크’ 역할”을 주문했다. 올해 카카오뱅크는 전체 대출 가운데 중·저신용자 비율을 21%로 늘리겠다고 했지만, 3분기 말 기준 13%에 불과하다. 케이뱅크 역시 3분기 말 14%로 올해 목표치(22%)에 크게 못 미친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중·저신용자 대출 부진은 지난 6월 토스뱅크가 은행업 인가를 받는 과정에서 논란이 됐다. 당시 금융위 정례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기존 인터넷전문은행이 중·저신용자에 대해 대출을 크게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기대를 저버렸다”며 “토스뱅크가 2025년까지 중·저신용자 대출 비율을 48.9%로 확대하겠다는 건 반가운 일이지만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인터넷은행들이 중금리 대출 특화에 실패하면서 사회적인 요구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토스뱅크처럼 미끼상품을 뿌리고 문을 닫는 방식을 기존 은행들이 했다면 금융 당국이 가만 두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