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發) 폭풍 경보’로 가상 화폐 시장이 얼어붙었다. 후오비 등 중국계 가상 화폐 거래소들이 15일부터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가상 화폐 거래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폭풍전야’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가상 화폐 시장 큰손인 중국인 이탈 우려로 비트코인 가격은 14일 오후 3시 기준 24시간 전보다 5% 하락한 4만6686달러를 기록 중이다. 한 달 전 기록했던 최고가(6만8789달러) 대비 30% 이상 급락한 것이다.
국내 최대 가상 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에 상장된 108개 코인 중 최근 일주일간 가격이 오른 코인은 단 한 개도 없었다. 중국의 가상 화폐 거래소 중단 여파가 어디로 튈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퍼진 것이다. 세계 가상 화폐 하루 거래량은 지난 4일 729조원에서 13일에는 538조원으로 26%가량 줄었다.
◇15일부터 중국인 가상 화폐 거래 중단
14일 외신 등에 따르면, 후오비는 중국계 가상 화폐 거래소들 가운데 처음으로 15일부터 중국 본토 사용자들의 가상 화폐 거래 서비스를 중단한다. 후오비는 “기존 사용자들이 향후 1~2년간 계정에 로그인해서 가상 화폐를 인출하는 것은 가능하다. 다만 가능한 한 빨리 가상 화폐를 인출해달라”고 권고했다. 후오비는 현재 거래량 기준 세계 5위 수준인 거래소다. 본사는 싱가포르에 있지만 중국인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중국계 거래소다.
후오비에 이어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도 31일부터 위안화 거래 기능을 폐쇄하고, 중국 현지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모든 서비스를 중단한다. 바이낸스는 이미 앱에서 회원 가입 시 필요한 휴대폰 번호에서 중국 본토 지역을 삭제했고, 중국 현지 사무소를 폐쇄하기도 했다.
후오비와 바이낸스가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은 지난 9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모든 종류의 가상 화폐 거래를 ‘불법 금융 활동’으로 규정한 뒤 전면적인 단속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당시 인민은행과 공업정보화부, 공안부, 시장관리총국, 외환관리국 등 10개 정부 조직이 공동으로 ‘가상 화폐 거래소 투기 방지에 관한 통지’를 발표했다. 이후 후오비와 바이낸스 등 중국계 거래소들이 중국 현지인들의 신규 가입을 금지하고, 올해 말까지 중국 현지 이용자들의 계정을 정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국내 거래되는 108개 코인 모두 하락
가상 화폐 시장에서 위안화 거래 비율은 높지 않지만, 그렇다고 중국인들이 가상 화폐 거래를 안 한다는 뜻은 아니다. 가상 화폐 업계에 따르면, 중국인들은 달러나 엔화, 원화 등을 이용해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세계 가상 화폐 시장에서 가장 큰손은 중국인들인데, 거래가 전면적으로 막힌다면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중국 거래 중단 우려로 국내 가상 화폐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들은 일제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업비트에 따르면, 상장된 108개 코인 중 최근 1주일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코인은 이오스다. 하지만 이 코인마저 일주일 전 가격보다 0.25% 떨어진 4030원(14일 오후 2시 기준)에 거래 중이다. 이어 리플(-3.82%), 트론(-5.36%), 비트코인(-7.21%), 이캐시(-7.59%) 순이었다.
일각에서는 “비트코인이 한 달 만에 반 토막 났던 지난 5월 상황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투자자는 “5월 폭락장 때는 거래량이라도 있었는데 지금은 거래량마저 없으니 감이 안 온다”며 “이러다 갑자기 시즌(코인 급등기)이 종료되는 것 아닌가 걱정된다”고 했다.
한편 전고점 대비 30% 폭락한 비트코인이 당분간 상승 반전이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3일(현지 시각) 미국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코로나 변이 오미크론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다시 후퇴할 가능성이 크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등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 모드에 접어들었다”며 “거시 경제 여건상 비트코인이 당분간 반등할 여력이 없다”고 진단했다. 14~15일에는 연준의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리는데,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에서 연준이 테이퍼링(채권매입 축소)을 본격화한 뒤 내년 3월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