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에 공급하는 차세대 자동차용 메모리 반도체 솔루션 모습.

“메모리 반도체 겨울이 봄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 경제 매체 마켓워치는 21일(현지 시각) D램 메모리 반도체 세계 4위 기업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실적 호조와 주가 급등 소식을 전하며 이렇게 평가했다. 지난 8월 전 세계 반도체 주가 급락의 단초가 된 모건스탠리 보고서 ‘메모리 반도체에 겨울이 오고 있다’를 고쳐 쓴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인 낸드플래시·D램을 주로 생산하는 마이크론 주가는 이날 나스닥 시장에서 10.54% 급등하며 90.68달러에 마감했다. 작년 4월 6일(12.5%)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었다. 전날 공개한 실적이 호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마이크론발(發) 훈풍에 힘입어 코스피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도 21~22일 이틀간 3%와 5.4% 상승했다. 10월 저점과 비교하면 각각 15%, 39% 오른 것이다. 그러나 오미크론 변이 확산, 미·중 갈등과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대립,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 등 고비를 넘어야 반도체 업황도 본격 개선 추세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주가 한·미 동반 상승

마이크론은 9~11월 석 달 동안 매출 77억달러, 영업이익 27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주당순이익(EPS)은 2.16달러로, 시장 추정치(2.11달러)를 웃돌았다. 내년 D램과 낸드 수요 증가율은 각각 10%대 중후반, 30% 안팎으로 전망했다. 기업들이 클라우드 확충 및 데이터센터 투자를 시작하고, 5세대(5G) 이동통신 스마트폰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늘어 구조적 성장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적 개선은 다음 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12~2월 매출은 73억~77억달러, EPS는 1.85~2.05달러로 시장 전망(매출 73억달러, EPS 1.88달러)을 웃도는 추정치를 제시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마이크론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높이며 목표 주가도 76달러에서 100달러로 상향했다. BoA는 “내년 2분기부터 PC 시장에서 D램 가격을 억눌러온 재고가 줄어들고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며 “내년 2분기가 반도체 사이클 바닥”이라고 평가했다.

4개월 전 부정적 내용의 보고서로 글로벌 반도체 업체 주가를 끌어내렸던 모건스탠리도 “내년 반도체 시장이 7.7% 성장할 것”이라며 종전 전망에서 선회했다. 반도체 최선호 종목으로 삼성전자를 꼽기도 했다.

오미크론이 비대면 업무 수요를 자극하며 오히려 반도체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역발상적 전망도 나온다. NH투자증권은 “북미 클라우드 업체들이 오미크론 확산 우려로 메모리 등 반도체 부품 재고를 다시 확충하는 추세”라며 “재택근무 등이 늘어나면서 PC 수요도 반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내년 초 한두 차례 고비 가능성”

마이크론이 긍정적 수요 전망을 내놓았다고 해서 반도체 가격이 당장 반등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반도체 애널리스트들은 내년 1분기 D램 고정 거래 가격이 7~10%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고정 거래 가격은 반도체 업체가 대형 컴퓨터 제조 업체에 대량 납품할 때 적용하는 고정된 가격을 말한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내년 메모리 반도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8월 18.4%에서 최근 8.5%로 10%포인트 가까이 하향 조정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초 반도체 시장에 한두 차례 고비가 찾아올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했다.

반도체 회사들이 성급한 낙관론에 기대어 설비투자를 확대할 경우 공급과잉이 발생해 모처럼 살아나는 반도체 업황에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마이크론은 이 같은 우려를 감안해 내년 설비투자 계획(110억~120억달러)을 늘리지 않기로 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설비투자를 늘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인텔의 낸드 사업부 인수⋅합병(M&A)에 대해 주요 국 가운데 마지막으로 22일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았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인텔에 70억달러(약 8조3500억원) 규모의 1차 인수 자금을 지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