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계좌로 다양한 금융 상품에 투자하면서 절세 혜택까지 누릴 수 있어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계좌 수가 300만개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었다. 올해 2월 국내 주식 투자가 가능한 ‘중개형 ISA’가 생기면서 20대 가입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22일 금융투자협회가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ISA 계좌 수는 297만4576개로 작년 말(193만9102개)보다 53.4% 증가했다. ISA 계좌에 투자된 돈도 11조2533억원으로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섰다.
ISA 계좌 수는 이 제도가 처음 시행된 2016년(239만788개)에 가장 많았다가 이후 줄어드는 추세였는데, 올 들어 국내 주식 투자가 허용되면서 급증세로 돌아섰다. 특히 20대 계좌 수가 50만6044개로 지난해 말(12만4256개)의 4배 수준이 됐다. 20대 계좌 수는 작년 말에는 60대 이상 계좌 수(24만8515개)의 절반 수준이었는데, 이제는 더 많아진 것이다.
◇중개형으로 부활한 ISA
ISA는 저금리 시대에 국민들의 재산 형성을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2016년 도입됐다. 최소 3년인 가입 기간 동안 발생하는 이자·배당소득 중 200만원까지는 비과세하고, 이를 넘어서는 금액에 대해서는 9%(국세 기준)의 세율을 적용한다. 금융소득에 대해 과세되는 이자·배당소득세율(14%)보다 낮기 때문에 투자자에게 이득이다. 하지만 작년까지는 국내 주식 투자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크지 않았다. 지난해 말에는 계좌 수가 역대 최소치인 193만9102개까지 줄어들었다.
그러나 지난 2월 국내 주식 투자가 가능한 중개형 ISA가 출시되면서 ISA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중개형 계좌는 190만5662개로 전체 ISA 계좌의 64.1%를 차지했다. 20대 ISA 계좌(50만6044개) 중에서는 82%인 41만5130개가 중개형이었다.
ISA에 투자한 자산 중 예금·적금 비중이 여전히 높은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10월 말 기준 ISA 자산 중 예금·적금의 비율은 62.7%로 지난해 말(73.8%)보다 낮아졌지만, 여전히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국내 주식 비율은 12.3%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식투자가 가능한 ISA가 올해 초 출시된 만큼 아직은 예금·적금 비율이 높지만, 앞으로 주식 비율은 높아지고 예금·적금 비율은 낮아지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금투세 도입되면 ISA 매력 커져
ISA는 지금도 세제 혜택이 매력적이지만, 주식 투자로 번 돈에 대해 금융투자소득세가 도입되는 2023년부터는 상대적인 장점이 더 부각될 전망이다. 후년부터 일반 주식계좌로 투자한 국내 주식에서 5000만원(기본공제)이 넘는 매매 차익이 발생하면 금융투자소득세(20~25%)를 내야 하지만, 중개형 ISA를 통해 투자한 주식에 대해서는 금융투자소득세가 부과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승준 삼성증권 세무전문위원은 “ISA로 투자한 국내 주식 매매 차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은 금융투자소득세 기본공제 5000만원과는 별도로 적용된다”고 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투자소득세 기본공제 규모(5000만원)는 세금 도입 초기에 투자자들의 부담을 줄이는 차원에서 크게 설정된 것이기 때문에 향후 조금씩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ISA를 통한 주식 투자의 이점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당장 주식 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계좌를 만들어 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2000만원의 연간 납입 한도를 다 채우지 않을 경우 남은 한도가 다음 해로 이월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올해 ISA 계좌를 개설해 100만원만 투자하고 더 투자하지 않는다면 2023년에는 5900만원(올해 잔여 한도 1900만원+내년 한도 2000만원+2023년 한도 2000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10월 말 기준 ISA 계좌 중 계좌 잔고가 1만원 이하인 계좌가 163만8000여 개로, 이러한 납입 한도 이월을 염두에 둔 투자자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하나의 계좌로 예금과 적금, 주식, 펀드 등 다양한 금융 상품에 투자하면서 절세 혜택까지 누릴 수 있는 계좌. 저금리 시대에 국민들의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2016년에 도입됐다. 작년 세법 개정으로 올해 2월부터 증권사에 개설한 중개형 ISA를 통해서는 국내 주식 투자가 가능해지면서 올해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