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은 역시 단타라는 걸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낍니다. 배당이고 실적이고 다 필요 없습니다.”
“올해 산타는 미국에만 가시고 한국 주식시장엔 안 오시나봐요.”
“작년처럼 산타랠리가 올 줄 알았는데... 산타폭탄이 오는 건가요.”
성탄절을 앞둔 23일 오전, 코스피가 3000선에 안착하지 못하고 대장주인 삼성전자 주가 역시 8만고지를 시원하게 뚫지 못하자 개인 투자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산타랠리로 들뜬 미국 증시 분위기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산타의 선물 대신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만 보이고 있어서다.
산타랠리란, 12월 25일 성탄절 전후로 해서 연말과 연초에 증시가 강세를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계절적인 효과인 셈인데, 성탄절을 계기로 소비가 늘고 내수가 호조를 보이면 관련 기업 매출이 늘 것이라는 기대감이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최근 코스피에선 선물 보따리를 든 산타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다. 이날 오전 장중 한때 코스피는 전날보다 0.1% 하락해 2980.91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현재 코스피는 0.3% 상승한 2992선에서 거래 중이다.
대형 증권사의 A부장은 “코스피는 최근 오빠장(오르면 이내 빠지는 장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이미 코스피는 작년에 베네수엘라(1376%)를 빼면 세계 1위였을 정도로 많이 올라서 더 오를 여지는 크지 않았지만 기업 실적과 하락시 저가 매수하는 시중 유동성 때문에 급격하게 빠지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상단이 막혀 있는 상황이라는 판단 때문에 외국인과 기관, 개인이 모두 박스권 매매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개미들의 화력도 크게 약해졌다. 23일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개인 매매 비중은 코스피 기준 연초만 해도 70%를 웃돌고 9월까지 60%대를 유지했지만 지금은 50% 수준까지 떨어졌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국내 증시 동력이 약해지면서 개인들의 주식 매매 패턴이 저점에 매수한 후에 단기로 차익 실현을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인플레이션, 경기둔화 우려, 바이러스 재확산 등의 변수들이 여전히 남아 있는 가운데, 다급해진 중앙은행들이 부양책을 회수하기 시작했다”면서 “내년 1분기를 정점으로 유동성 환경이 위축되기 시작하는 시장이 위험 요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내년 1분기까지는 변동성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해 보수적인 관점을 유지하는 것이 좋겠다고 신 센터장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