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무섭게 주식을 사 모으던 개미들의 매수 행진이 멈췄다. 24일까지 7조6000억원 넘게 팔아 치웠는데 이달 말까지 큰 이변이 없다면 12월 개인 순매도 금액은 월별 기준 사상 최대치를 찍을 전망이다. 사진은 세계적인 투자자인 워런 버핏./조선일보DB

“워런 버핏도 대한민국에서 주식 투자 했으면 거지됐을 겁니다.”

국내 증시를 떠받쳐 왔던 개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이달 초부터 24일까지 코스피·코스닥 양 시장에서 총 7조5667억원 어치의 주식을 팔아 치웠다. 한국거래소가 전산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6년 이래 월별 기준 최대 금액이다.

종전 월별 기준 개인 최대 순매도는 지난 2012년 1월로, 5조3615억원이었다. 개인들은 24일에도 코스피와 코스닥 양 시장에서 1조5000억원 넘게 주식을 팔아 치웠다. 올해 주식 거래일은 아직 나흘 남아 있지만 추세를 바꾸긴 어려워 보인다.

개인들은 지난 1월 25조원이 넘는 역대급 매수세를 뽐내는 등 올 한 해 기준으로 총 76조원이 넘는 순매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매수 강도가 약해지더니 지난 11월부터는 순매도(2조3967억원)로 아예 돌아섰고 이달에는 7조원 넘게 주식을 처분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돈을 빼는 이유에 대해, 여의도 증권가는 한국 증시가 지루한 박스권에 갇혔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상단이 막혀 위로 시원하게 뚫고 올라가지 못하는 이른바 ‘오빠장(오르다가 빠지는 장) 트라우마’가 개인들의 증시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코스피에서 개인의 매매 비중은 지난 9월까지 60%대를 유지했지만, 지금은 50% 수준까지 떨어졌다.

국내 주식 대신 해외 주식이나 가상화폐 등 상승 가능성이 더 높은 자산으로 이동하는 것이란 의견도 있다. 올해 서학개미(해외 주식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순매수 규모는 25조원을 넘어 역대 최대였던 작년 기록을 가볍게 뛰어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