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국내 1위 임플란트 전문기업 오스템임플란트는 자금관리 직원인 이모씨가 회삿돈 1880억원을 횡령한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공시했다. 횡령액은 이 회사의 자기자본 대비 91.81%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상장사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뉴시스

회삿돈 1880억원을 횡령해 1430억원대 주식 투자를 벌인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모(45)씨 사건을 경찰이 수사 중인 가운데 오스템임플란트에 대출을 해준 은행들이 신용등급 재평가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오스템임플란트의 은행권 대출은 총 3000억원대다. 우리은행이 1073억원(작년 3분기 기준)으로 대출액이 가장 많고, 산업은행 804억원, 수출입은행 250억원, 신한은행 212억원, 기업은행 193억원, 국민은행 46억원 등이다.

신용등급 재평가는 기업 상황이 크게 개선됐거나 악화됐을 경우 진행되는데, 통상 오스템임플란트처럼 기업 재무 상황이나 주가에 영향을 줄 만큼의 사건이 터졌을 때 이뤄진다. 한 은행 임원은 “당장 대출 회수를 결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신용등급 재평가는 불가피하다”고 했다. A은행 관계자는 “연체 발생 등의 상황은 아니지만, 특별 사항이 발생한 만큼 즉시 모니터링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신용등급 재평가 과정에서 오스템임플란트 측에 대책을 요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재평가 후 신용등급이 낮아지면 은행들은 빌려준 돈을 회수하거나 한도성 여신(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줄이게 된다. 은행들이 일부라도 대출금 회수에 나설 경우 주가에도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1만9856명에 달하는 소액 주주들의 피해도 우려된다.

오스템임플란트는 국내 1위 임플란트 제조 업체인 코스닥 상장 기업으로 재무 담당 직원 이모씨가 작년 10월 1880억원을 횡령해 코스닥 반도체 장비 업체 동진쎄미켐 주식을 1430억원 매수했다 매각해 투자 손실을 입었다. 이씨는 증권가에서 ‘파주 수퍼 개미’로 알려졌는데 투자금의 출처가 횡령금이라는 것이 지난 3일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