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가상 화폐 거래소 업비트는 작년 10월 이후 코인 14개를 무더기 상장시켰다. 업비트는 지난해 6~7월 24개 코인을 상장폐지시켰지만, 9월 17일 금융 당국으로부터 “사업을 계속해도 된다”는 승인을 받자마자 코인 숫자를 늘리고 있다. 빗썸 등 다른 가상 화폐 거래소들도 승인을 받자마자 코인 상장 경쟁에 나서는 모습이다. 작년 9월 심사 통과를 앞두고는 소규모 코인들을 대거 줄이더니 다시 ‘코인 숫자 늘리기’가 시작된 것이다.
9일 가상 화폐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신고 수리 결정일 9월 17일)·빗썸(11월 19일)·코인원(11월 12일)·코빗(10월 5일) 등 4대 거래소는 금융 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후 현재까지 총 31개의 코인을 신규 상장했다. 업비트 14개에 이어, 코빗 6개, 코인원 6개, 빗썸 5개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새로운 코인을 선보여야 투자자들이 다시 관심을 갖고 매매를 한다”며 “투자자 확보를 위해서는 거래소들 간 상장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빗썸 190개 vs. 일본 비트플라이어 8개
지난해 상반기부터 세계적으로 코인 투자 열기가 확산되면서 외국의 주요 거래소들보다 국내 거래소의 상장 코인 숫자가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주식의 경우 코스피나 코스닥에 상장되려면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가상 화폐는 거래소별 상장 기준조차 불투명해 문제가 됐다. 이러다 보니 우후죽순처럼 늘어나 급등락하는 소규모 코인들이 늘어났다. 일부 국내 거래소들은 돈만 내면 상장을 시켜준다는 말까지 돌 정도였다. 국내 최대 거래소인 업비트에 상장된 가상 화폐 수는 166개로 미국 최대 거래소인 코인베이스(141개)나 일본 비트플라이어(8개)보다 월등히 많다.
그러다 작년 3월 특정금융거래정보법이 시행되면서 국내 거래소들은 은행에서 실명 계좌를 발급받지 못하면 9월 이후 더 이상 영업을 할 수 없게 됐다. 은행들은 은행연합회가 마련한 지침에 따라 실명 계좌 발급을 신청하는 거래소들을 심사했는데 상장된 코인 수가 많을수록 불리한 평가를 받도록 채점표가 설계됐다. 이 때문에 거래소들은 상장 코인을 줄이기 시작했다. 업비트는 6~7월 두 달간 24개의 코인을 무더기로 상장폐지시켰고, 빗썸도 14개 코인을 없앴다. 실명 계좌를 발급받지 못해 부분 승인만 받은 프로비트의 경우 작년 6월 1일 하루 동안 상장 코인 270개의 절반이 넘는 145개를 상장폐지하기도 했다.
거래소들은 이후 9월부터 금융 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으면서 코인 상장을 늘렸다. 작년 5월부터 9월까지 단 1개의 코인도 새로 상장하지 않았던 업비트의 경우 지난해 10월에만 6개 코인을 신규 상장했다. 코인마켓캡 등에 따르면, 현재 업비트에는 166개, 빗썸(190개)과 코인원(189개)에는 상장 코인이 200개에 육박한다.
◇미국 통화 긴축 여파로 비트코인 약세
세계 최초, 최대 가상 화폐인 비트코인은 연초부터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조기 금리 인상 등 긴축 기조를 이어가는 데다 최근에는 세계 2위 비트코인 채굴국인 카자흐스탄에서 대규모 소요사태가 발생하면서 불안 심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1일 5700만원 수준(업비트 기준)에서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지난 5일 5300만원대로 급락했다. 카자흐스탄 소요 사태가 발생한 직후였던 지난 7일에는 5100만원대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비트코인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은 여전히 제시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4일(현지 시각) “향후 5년 내에 10만달러를 넘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금과 비트코인으로 구성된 가치 저장 자산 시장에서 점유율을 50%까지 끌어올릴 경우 10만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