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4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연 1.25%로 결정했다. 작년 초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으로 복귀했다. 코로나로 인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지만,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저금리로 대출이 늘면서 가계부채가 1845조원까지 불어난 상황 등을 고려했다고 한은은 밝혔다. 금융통화위원회는 “물가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높고 광범위하다”고 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성장과 물가의 현 상황, 앞으로의 전망 등을 고려해 보면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며 “한 번 더 인상해서 연 1.5%가 된다 하더라도 긴축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기준금리 인상은 물가 상승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간 물가 상승률은 2.5%에 달해 2011년(4.0%)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았다. 작년 12월에는 3.7%까지 치솟았다.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2%)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주열 총재는 “소비자물가는 상당 기간 3%대 오름세가 이어갈 것”이라며 “올해 상승률도 지난해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2020년 3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해 연 0.75%로 낮췄고, 같은 해 5월 연 0.5%까지 내렸다. 이후 1년 3개월 만인 작년 8월 부동산 과열, 가계부채 증가 등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했고,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작년 11월에 이어 올 들어 첫 기준금리 결정에서도 인상을 결정했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시중 금리가 오르면서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진다. 5개월 새 3차례나 인상되면서 기준금리가 연 0.5%에서 연 1.25%로 높아져 가계 대출 이자 부담이 10조원 정도 커질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20~30대나 다중채무자 등 취약 계층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가계 대출 가운데 기준 금리 인상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변동금리 대출의 비율이 8년 만에 최고 수준이라 충격이 더 클 수 있다. 한은에 따르면, 작년 11월 은행의 신규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이 82.3%에 달했다. 2014년 1월(85.5%) 이후 7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한은이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다시피 한 것은 미국 등 주요국들이 코로나 경기 방어를 위해 시행 중인 초저금리와 돈 풀기 등 부양책을 마무리할 채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 종료가 예정된 오는 3월부터 기준금리를 인상할 전망이다. 예상보다 금리 인상 속도를 높여 연내 4차례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등에서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작년 12월 소비자물가는 40년 만의 최대 폭인 7%나 상승했다. 13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 지명자는 이날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다. 연준의 통화정책은 경기 회복을 지속하면서 인플레이션을 2%로 끌어내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기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하게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