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규모 공모주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LG엔솔) 일반 공모 청약 첫날인 18일 청약 개시 1시간 만에 11조원 넘는 증거금이 몰렸다. 기관 투자자들에게 희망 수량과 가격을 묻는 수요예측에서 1경5000조원에 달하는 주문액을 달성한 데 이어 일반 청약에서도 열기를 이어간 것이다.
LG엔솔은 작년 12월 LG화학에서 분사한 배터리 연구·제조·판매 기업으로 예상 기업가치를 최대 120조원으로 평가 받고 있다.
◇가족 단위 청약 신청까지 몰려
이날 청약은 대표 주관사 KB증권과 공동 주관사 신한금융투자·대신증권 등 7개 증권사 지점과 온라인을 통해 진행됐다. 증권사 지점에는 영하의 날씨에도 청약 개시 한 시간 전인 오전 9시부터 청약을 하려는 투자자들이 속속 방문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방역 지침에 따라 한 번에 지점 내 입장 가능 인원이 제한됨에 따라 오전 10시부터는 20~30명 투자자들이 대기줄을 늘어서기도 했다.
오후 한시 신한금융투자 서울 여의도 지점 내 좌석 10여 개가 투자자들로 꽉 차 있었다. 코로나 방역 지침에 따라 한 번에 지점 내 입장 가능 인원이 제한됨에 따라 지점 밖 건물 로비에 간격을 띄워 줄을 선 투자자들이 20여 명됐다. 대부분 스마트폰 등으로 청약하기 어려운 고령 투자자들이었다. “앉아서 서류 작성할 곳도 없다”며 항의하는 고객도 보였다. 이모(69)씨는 “내 청약은 끝냈고 아내와 자식 이름으로도 청약을 하려 했더니 청약 기간에는 지점에서 계좌를 못 만든다고 해서 제휴 은행 계좌를 트러 가는 길”이라며 “워낙 좋은 주식이라 하니 이 정도 발품은 팔아도 괜찮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신한금투 김기환 PB팀장은 “어제도 지점에 직접 방문해 계좌를 개설하려는 고객이 많아 번호표를 다 못 드리고 돌려보낼 정도였다”며 “균등 배정이 도입되면서 1주라도 더 받기 위해 가족 단위로 청약을 진행하려는 고객도 많다”고 말했다. LG엔솔 공모주 청약은 증거금에 따라 청약 물량이 결정되는 비례배정과, 물량을 계좌 수로 나눠 똑같이 배분하는 균등배정이 각각 531만여주로 절반씩이다.
다른 증권사에 중복 청약하거나 한 증권사 내 이중 청약이 불가능해 많은 투자자들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공모주를 받을 수 있을 지에 대해 문의하는 모습이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균등 배정의 경우 계좌 수가 적은 증권사가, 비례 배정은 배정 물량이 많은 증권사가 유리하다고 안내 중이다”고 말했다. 물량은 KB증권이 486만9792주로 가장 많고, 대신증권·신한금투가 각각 243만4896주, 나머지 네곳은 각각 22만1354주다.
청약은 18일 오후 4시, 19일 오전10시~오후 4시까지 가능하다. 7개 증권사 중에서 경쟁률이 낮은 곳에 청약하려는 막판 눈치보기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27일 코스피 상장, 시총 최대 120조원
LG에너지솔루션은 이달 27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공모가(30만원) 기준 시가총액은 70조 2000억원이다. 이는 삼성전자(460조원), SK하이닉스(92조원)에 이은 국내 증시 3위 규모다.
증권사들은 LG에너지솔루션의 적정 시가총액을 100조∼120조원으로 추산한다. 코스피200,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등 주요 증시 지수에 조기 포함될 것이 유력하다. 그렇게 되면 이런 지수에 따라 수익률이 정해지는 상장지수펀드(ETF) 등이 LG엔솔을 사게 된다. 주가가 추가로 상승하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