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에 이어 NH농협은행도 가상 화폐 보관사업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27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가상 화폐 보관업자인 카르도와 델리오, 거래업자인 와우팍스, 오아시스거래소 등 4곳이 전날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심사를 통과했다. 지난 해 9월 FIU에 신고를 마친 사업자 42곳 중 지난 달까지 심사를 통과한 곳은 29사였다. 8곳은 신고를 철회했고, 5곳은 재심사를 받았다.
이번에 통과된 업체 중 카르도는 지난 해 농협은행이 가상 자산 수탁업 진출을 위해 지분 투자와 함께 파트너사로 선택한 기업이다. 농협은행 외에도 국내 금융사들은 잇따라 가상 자산 수탁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 사업은 비트코인이나 NFT(대체불가능한토큰) 등 디지털 자산을 보관해주는 일종의 대여금고다. 당장 가상 자산 수탁사업으로 돈을 벌기는 어려워도 앞으로 디지털 자산의 영역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 국내는 물론 해외 금융사들도 관련 사업을 시작하고 있다.
지난 달 FIU 승인을 받은 업체 중에는 국민은행이 지분투자를 한 ‘한국디지털에셋’과 신한은행이 투자한 ‘한국디지털자산수탁’도 포함돼있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디지털 자산 관련 파생상품 등 여러 금융상품이 나올 수 있는데 수탁사업은 그 시작”이라며 “어떤 사업을 해나갈지 여러 구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2020년 7월 은행들의 디지털 자산 수탁사업을 합법화해 뉴욕멜론은행 등 대형 은행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고, 미국 5위 은행인 US뱅크도 작년 말 기관투자자 대상 가상화폐 수탁사업에 시작했다. 네덜란드 ING은행도 글로벌 은행과 협업하는 방식으로 디지털자산 수탁사업에 진출했다.
이처럼 가상 화폐 시장이 다양한 방식으로 새롭게 열리고 있지만 잡음도 많다. 지난 해 가상화폐 투자 등을 빌미로 유사수신 사기가 급증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유사수신은 인·허가·등록 등 없이 원금 이상의 지급을 약정하면서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출자금, 예·적금 등 명목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사금융신고센터’에 유사수신으로 접수된 인터넷 신고는 307건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가상 화폐 관련 유사수신 행위가 31건으로, 전년(16건)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가상 화폐 관련 사업을 빙자해 노년층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설명회를 개최하고, 다단계 모집 방식으로 원금과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현혹하는 사례가 많았다. 금감원은 “원금과 고수익 보장을 약속하며 자금을 모집하면 유사수신을 의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