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계열사인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900억원대 보유 주식을 매도하면서 투자자들의 외면 속에 카카오 주가가 급락했다. (왼쪽부터)카카오페이 이진 CBO, 장기주 CFO, 류영준 CEO, 신원근 CSO, 이승효 CPO. /카카오페이 제공

지난해 주가가 많이 오른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돈을 많이 벌었을까? 꼭 그렇지는 않다. 연말 주가가 연초보다 많이 올랐다 하더라도 연중 최고점 근처에서 주식을 산 투자자들은 오히려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결국 연간 주가 상승률보다는 언제 어느 가격에 샀느냐에 따라 투자자별 체감수익률이 달라지는 것이다.

지난해 증시에서는 코스피200 종목 가운데 114개 종목이 연간으로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연초 대비 연말 주가가 올랐다는 뜻이다.

반면 체감수익률을 계산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체감수익률은 해당 종목의 평균 매입 가격과 연말 주가를 비교하는 방식이다. 연간 계약 체결액을 총계약 건수로 나눠서 연평균 매입 가격을 구한다. 이러면 투자자들이 평균적으로 어떤 가격에 주식을 샀는지 알 수 있다.

NH투자증권은 2일 “작년 연간 수익률이 플러스인 114개 코스피200 종목 중 체감수익률이 마이너스였던 종목이 67개(59%)로 절반을 넘었다”고 밝혔다. 기록상으론 주가가 연초보다 올랐지만 실제 투자자들이 매수한 가격은 연말 주가보다 높아서 손해를 본 ‘착시 주식’이 67개라는 것이다.

◇코스피200 상승 종목 중 착시 주식 59%

67개 착시 주식의 작년 연간 수익률 평균은 20.5%였고, 체감수익률 평균은 -9.9%였다. 두 수익률 간 격차인 착시 수치는 평균 30.4%포인트였다. 그만큼 착시 주식을 산 투자자들은 공개된 수익률과 본인 수익률 간에 괴리감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부동산에 비유하면 연초에 2억원에 거래됐던 아파트가 중간에 10억원까지 치솟았다가 연말에 7억원으로 떨어진 것과 비슷하다. 초기 2억원에 매입한 사람은 5억원을 벌었지만, 중간에 상투를 잡은 사람들은 3억원 손해를 본 셈이다.

착시가 가장 컸던 종목은 기능성 섬유 업체인 효성티앤씨로 연간 주가 상승률은 146.9%였지만, 체감수익률이 -11.2%였다. 두 수익률 간 차이인 착시 수치는 158.1%포인트였다. 동국제강(109.5%포인트), 해운업체 HMM(109.2%포인트)이 뒤를 이었다.

최근 계열사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900억원대 스톡옵션 매각 논란으로 주가가 급락한 카카오도 착시 주식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연초 후로는 43.9% 올랐지만 체감 수익률은 -29.6%로 두 수익률 격차가 73.5%포인트나 벌어졌다.

업종별로는 섬유·자동차 등 ‘경기소비재’와 운송·건설 등 ‘산업재’가 각각 19개(28%)로 가장 많았고, 금속·화학 등 ‘소재’(9개)가 뒤를 이었다. 경기소비재는 작년 상반기에 코로나 회복 기대감 덕분에 주가가 올랐지만 하반기 들어 코로나 변이 확산에 따른 경기 악화로 부진에 빠졌다. 경기를 반영하는 산업재와 소재 업종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반면 연말 주가가 연초에 비해서는 하락했지만, 체감수익률은 플러스(이익)였던 종목은 단 2개(1%)에 불과했다. 반도체 장비 업체 SK스퀘어와 아시아나항공이었다. SK스퀘어는 연간 12.6% 떨어졌지만 체감으로는 0.3% 올랐고,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연간으로는 0.5% 하락, 체감으로는 1.1% 상승률을 기록했다.

◇일확천금 노린 부화뇌동 매매 피해야

전문가들은 군중심리에 휩쓸려 충동적으로 투자하는 ‘부화뇌동 매매’를 유의하라고 조언한다. 주가가 급하게 오르는 기세에 현혹돼 투자했다가 고점에서 물려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착시 주식의 작년 연간 주가 흐름은 공통적으로 상반기에 급등해 정점을 찍은 뒤 하반기에 급락해 ‘산(山)’과 같은 모양을 이뤘다. 편득현 NH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부 부부장은 “착시 주식들은 대부분 지난해 중반에 일확천금을 노린 부화뇌동 매매까지 더해져 주가가 과도하게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며 “시가총액이 큰 대형주나 배당주 위주로 장기·분산 투자하면 착시 주식을 상당 부분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 국내 시총 1·3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작년 연간 수익률과 체감수익률 격차는 각각 1.1%포인트, 3.4%포인트에 불과했다. 7~8%의 배당수익률(주가 대비 배당금 비율)이 예상되는 삼성증권(9%포인트), NH투자증권(10%포인트), 기업은행(11%포인트) 등도 연간 수익률과 체감수익률 간 격차가 10%포인트 안팎으로 작은 편이었다.

☞착시 주식

연말 주가가 연초보다는 큰 폭으로 올랐지만, 투자자들이 많이 매수한 시점은 연중 최고점 근처여서 실제로는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고 있는 주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