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대전연구원./LG에너지솔루션 제공

2월 들어 코스피가 1월의 급락 폭을 회복하고 있는 가운데, 의무 보유 기간이 끝나는 대형 공모주들에 대한 기관 보유 물량이 새로운 변수로 주목받고 있다. 크래프톤·LG에너지솔루션 등 기관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던 공모주 물량을 대량으로 팔기 시작하면 주가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의무 보유는 최대 주주, 주식 인수자가 보유 주식을 일정 기간 팔지 못하게 함으로써 소액 투자자를 보호하는 제도다. 일종의 시장 충격 완화 장치다. 하지만 의무 보유 제한이 풀리면 한꺼번에 많은 물량이 쏟아져 나와 주가를 떨어뜨릴 수 있다.

다만 카카오뱅크가 의무 보유 기간이 끝난 7일과 8일에도 주가가 오른 것처럼 의무 보유 해제가 반드시 악재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크래프톤 등 일부 공모주는 현재 주가가 공모가 밑으로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기관이 손해를 보고 주식을 팔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크래프톤·롯데렌탈 상승세 찬물 끼얹나

오는 10일 게임회사 크래프톤은 1550만주 규모의 6개월 의무 보유가 해제된다. 이는 총 상장주식수(4897만주)의 32%에 달하는 물량이다.

공모주의 경우 기관들이 많이 배정받는 조건으로, 상장 후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기로 확약하는데 이 확약 기간이 끝나는 것이다. 한 종목 내에서도 상장 후 15일, 1·3·6개월 등 기간에 따라 의무 보유 물량이 분산 배정된다. 의무 보유 최장 기한은 코스피는 12개월, 코스닥은 24개월이다.

크래프톤 주가는 지난달 28일부터 9일까지 6거래일 동안 13% 상승세다. 하지만 의무 보유 물량 해제로 주가가 하락 반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따라 상승하던 주가는 8·9일 이틀간 3% 하락했다.

렌터카·중고차매매 등 사업을 하는 롯데렌탈은 19일 호텔롯데·부산롯데호텔 등 기존 대주주가 상장 전부터 의무 보유 등록했던 2221만주에 대한 해제를 앞두고 있다. 역시 지난달 28일부터 6거래일 연속 총 13% 오른 주가 상승세에 부담으로 작용할지 투자자 관심을 모은다. 가전제품용 강판 제조사 아주스틸은 1193만주가 20일 해제될 예정이다.

◇LG엔솔도 2월에 180만주 풀려

지난달 27일 상장하며 단숨에 시가총액 2위로 뛰어오른 2차전지 제조사 LG에너지솔루션도 11일과 28일에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이 보유한 15일과 1개월짜리 의무 보유 확약 물량 180만주가 풀린다. 9일 주가(51만1000원) 기준으로 11일에 231억원, 28일에 8891억원어치다.

이들 물량은 상당 부분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주가가 공모가(30만원)보다 70% 상승했기 때문에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 일일 거래대금(1조~1조3000억원)을 감안했을 때 11일에는 별 충격이 없겠지만 28일에는 주가가 꽤 출렁일 수도 있다.

앞서 카카오뱅크·크래프톤·카카오페이 등 대형 신규 상장 기업들도 1개월 의무 보유 확약 물량이 해제되는 날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바 있다. 1개월 의무 보유 확약 해제일에 카카오뱅크는 4.21%, 크래프톤은 5.89%, 카카오페이는 1.68% 떨어졌다.

◇카뱅, 물량 부담 이겨냈지만 불안 여전

의무 보유 물량이 풀린다고 해도 반드시 주가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7일 최대주주인 카카오(1억2953만주)와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1억1048만주) 등 주요 주주가 보유한 지분 3억3171만주 의무 보유가 해제됐다. 카뱅 전체 주식수(4억7516만주)의 약 70%에 달했다.

기관투자자는 7·8일 이틀간 590억원어치를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했지만, 외국인들이 76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그 결과 주가는 이틀간 6% 올랐다.

카카오페이 역시 지난 3일 상장 3개월을 맞아 의무 보유 기간이 끝난 기관투자자들의 물량 222만2087주가 시장에 풀렸다. 이에 3일은 주가가 1.19% 하락했지만 4일에는 6.83% 올랐다.

전문가들은 카뱅의 주가가 계속 오르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 현재 주가가 너무 낮은 상태라 매도세가 크지 않을 뿐, 주가가 조금이라도 오르면 팔자 분위기가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카뱅의 공모가(3만9000원)와 비교했을 때 현재 주가가 4만원대 초반으로 기관들이 팔아봤자 이익을 크게 못 보는 상황”이라며 “쌓여 있는 매물 부담으로 주가가 크게 오르긴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