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불안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겹치면서 대표적인 안전 자산인 금의 수요가 올라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19일 순금 한 돈(3.75g)을 살 때 가격이 31만6500원을 기록했다. 연초 가격(30만3000원)보다 4.5% 올랐다. 금의 상승세는 두 달째 지속되며 다른 투자 자산의 수익률을 앞서고 있다. 같은 기간 나스닥지수는 14.4% 하락했고, 비트코인 가격이 15.3% 내려간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당초 예정보다 빨리 올릴 계획임을 시사하면서 초저금리의 힘으로 상승해온 기술주 등이 많이 내려갔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금 값이 연초부터 크게 오르자 ‘금(金)이 화려하게 귀환했다’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 17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금 선물은 8개월 만에 처음으로 온스당 1900달러를 넘어섰다.

금은 그 자체로 활용처가 적지 않고 유통량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화폐가치의 하락을 뜻하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해도 ‘절대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7.5%에 달하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자 금을 사두려는 투자자가 많아지는 이유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까지 커지며 시장에 공포가 번지자 대표적인 안전자산(시장이 하락할 때도 가치가 비교적 덜 내려가는 자산)으로서 금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들어 이달 초까지 금 ETF를 통해 금 매입량이 57t 늘었고, 올해 순매수량은 600t에 달하는 ‘골드러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래픽=송윤혜

◇‘주식 같은 금 거래’ 청년층에게 인기

금은 주식과 달리 투자 방식이 매우 다양하다. 각각의 투자 방법엔 장단점이 있어 투자 목적과 전략에 맞는 것을 잘 골라 투자하는 것이 좋다.

가장 직관적인 투자 방식은 금괴(골드바)를 금은방이나 한국금거래소 등에서 직접 사는 것이다. 실물인 금을 소유할 수는 있지만 금을 살 때 부가가치세 10%에 수수료 5%가 붙는 등 거래 비용이 적잖이 든다. 골드바 구매와 동시에 ‘-15%’ 수익률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금괴를 팔 경우엔 가격이 올라도 세금을 떼가지 않는다.

최근엔 실제 금을 보유하지 않고도 금에 투자할 길이 많이 열렸다. 증권사에 금 거래용 계좌를 개설해 KRX(한국거래소) 금 시장을 통해 주식처럼 금을 거래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1g 단위로 금을 사고팔 수 있고, 증권사 온라인 매매 수수료가 약 0.3% 낮은 편이어서 소액 투자에 유리하다. 양도소득세와 부가가치세(10%)도 면제다.

휴대폰 등의 증권사 거래 시스템에서 간편하게 거래할 수 있어 젊은 층 위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작년 상반기 증권사에 금 거래 계좌를 개설한 개인 투자자의 52%가 20·30대였다. 증권사를 통해 금 실물(1㎏ 단위)을 찾을 수는 있다. 다만 거래 가격의 10%를 부가세로 내야 하고, 금괴 1개당 2만원 안팎의 증권사 수수료가 부과된다.

◇미국 상장 금 ETF “다양하지만 세금 감안해야”

은행의 금 통장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은행 계좌에 돈을 넣어두면 국제 금 시세와 환율에 따라 잔액이 자동으로 바뀐다. 부가세가 없고 0.01g 단위로 소액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수수료는 기준 가격의 1%다. 다만 팔 때 번 돈의 15.4%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금 펀드나 금 선물 ETF(상장지수펀드)는 펀드를 활용해 간접적으로 금을 사는 투자법이다. 통장처럼 매매 차익에 15.4% 세금이 발생한다. 국내 금 ETF로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골드선물’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골드선물’ 등이 있다. 선물 ETF는 파생 상품이라 실제 금 가격의 오르내림이 100%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내놓은 ‘KINDEX 금현물’ ETF 정도가 금의 실제(현물) 가격에 수익률이 연동되는 ETF다.

전문가들은 금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고 인플레이션에 대비하기 좋은 투자처이긴 하지만 물가 상승기에 100% 가격이 오른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몰빵’보다는 분산 투자의 일환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엑시니티의 탠 한 연구원은 “아직은 실질 금리가 매우 낮은 상태이지만 금리가 빠르게 올라갈 경우 ‘이자가 없는 자산’인 금의 매력도가 떨어갈 가능성도 감안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