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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국제 제재 여파로 러시아 주식시장이 폭락한 데다 매매마저 중단되자 러시아 펀드를 들고 있는 국내 투자자들 불안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 판매된 러시아 펀드는 총 9개로 설정액은 1550여 억원이다. 전체 해외 주식형 펀드 설정액(23조7329억원)의 0.7% 정도다.

러시아 증시는 지난달 24일 장중 50% 이상 폭락했고 지난달 28일과 1일에는 연속 휴장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지난달 28일부터 외국인 투자자의 러시아 증권 매도 주문을 거부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러시아 펀드의 환매도 당분간 어려워진 상태다.

국내에서 판매된 러시아 펀드 중 설정액이 587억원으로 가장 큰 ‘한화러시아’ 펀드의 경우 매매가 안 되는 러시아 주식 비율이 90% 정도다. 한화자산운용은 2일 회의를 열어 그동안 들어온 환매 및 신규 매입 요청을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러시아 펀드 2종을 운용하는 신한자산운용도 2일 환매 요청 등에 대한 대응 방안을 결정하기로 했다. KB자산운용은 설정액 77억원 규모 ‘KB러시아대표성장주’ 펀드의 환매를 지난 25일부터 추후 재개 결정 시까지 연기하기로 하고 관련 통지문을 은행 등 판매사에 보냈다.

3개 펀드에서 324억원을 굴리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경우 아직까지 환매는 가능한 상황이다. 펀드가 투자한 러시아 주식의 90%가 러시아가 아니라 영국 증시에 상장돼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측은 “영국에서도 러시아 주식 거래가 중지되면 펀드 환매가 어려워지게 된다”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현재 9개 러시아 펀드의 최근 3개월 수익률 평균은 -26%였다. 러시아 주식에도 상당 부분 투자하는 신흥유럽 펀드 역시 -21%로 낮았다. 같은 기간 중남미 펀드가 원자재 가격 상승 효과에 16.3%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국내 러시아 펀드는 대부분 룩셈부르크 등 제3국을 통해 글로벌 투자은행이 발행한 러시아 수익 증권을 달러화로 매수하는 형태다. 루블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환헤지(위험 회피)가 되지 않은 경우 손실은 더 커질 수 있다. 지난주만 해도 1달러에 70~80루블 수준이던 환율은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 제재 결정 후 110루블을 넘었다가 이후 105루블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일부 투자자는 폭락한 러시아 증시의 반등을 기대하며 국내 증시에서 러시아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를 늘리고 있다. KINDEX 러시아MSCI ETF는 러시아증시지수(MSCI러시아지수)에 수익률이 연동돼 있는데, 거래 가격과 순자산가치의 차이가 얼마나 벌어졌는지 보여주는 괴리율이 지난 28일 30%를 넘어섰다. 해외 ETF가 지켜야 할 괴리율 한도(6%)의 5배가 된 것이다. 괴리율이 현 수준에서 유지되면 한국거래소가 투자자 보호를 위해 투자 유의 종목 지정, 거래 정지 등 조치를 취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