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직전 거래일 대비 12.9원 치솟은 달러당 1227.1원에 마감했다. 지난 2020년 5월 29일(1238.5원)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안전 자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날 국제 금값은 장중 온스당 2000달러를 돌파하며 2020년 8월 이후 최고치를 뚫었다. 주식시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떠나면서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피 시장에서 1조1860억원을 순매도(매수보다 매도가 많은 것)하면서 코스피 지수는 2.29% 하락한 2651.31에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도 2.16% 하락하면서 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삼성전자는 장 초반 7만원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투자 시계 흐려진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작년 말 배럴당 60달러대였던 국제 유가(WTI·서부텍사스산중질유)가 이날 장중 130달러를 넘어서는 등 석 달 만에 2배가 됐다. 국제 금값도 같은 기간 10% 올랐다. 블룸버그가 원유, 천연가스, 금, 구리, 옥수수 등 주요 원자재 22개를 모아 산출하는 원자재 지수는 올 들어 33.4% 올랐다.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전운이 고조된 최근 한 달 상승 폭이 20%가 넘는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러시아산(産) 원유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가운데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투자은행들은 이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원자재 값 상승을 부채질해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심화하는 중이다. 이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38개 회원국의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2%에 달해 1991년 2월 이후 3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의 1월 물가 상승률은 7.5%로 40년 만에 최고치다. 한국은 3.6%로 상승률 29위에 머물렀지만,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경제인 만큼 원자재 값 상승이 계속되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도 커진다.
◇오일쇼크 때는 金 투자가 승자였다
에너지 수급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성장률 둔화 우려가 금융시장을 흔들었던 1970년대 1·2차 오일쇼크 당시를 되짚어 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신한금융투자가 스태그플레이션 시기인 1973년 7월부터 1980년 6월 사이의 주요 자산별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금 27.4%, 원자재(블룸버그 원자재 지수) 14%, 미국 국채 7.4%, 미국 주식(S&P500 연평균 수익률) 0.8% 순이었다. 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 수익률로 따져도 금이 두 자릿수대인 16.5%로 가장 높았다. 노동길 신한금투 연구원은 “주식과 채권 같은 전통적인 금융 자산은 실질 수익률 기준으로 마이너스를 피할 수 없었다”고 했다. 금에 투자하려면 한국거래소(KRX) 금 시장에서 g 단위로 금을 사거나, 시중은행에서 파는 ‘금 통장’에 돈을 넣는 방법, 또 금 펀드에 가입하거나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는 것 등 다양한 투자 방법이 있다.
◇개미들은 저가 매수 중…
주가가 출렁이고 있지만, 7일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2조1112억원을 순매수했다. 연초 이후 주가가 11% 빠져 저가 매수에 나선 모습이다. 개미들의 대규모 매수세는 대선 이후 새 정부의 경기 부양 등으로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유진투자증권이 1981년 이후 총 8번의 대선 전후 주식시장을 분석해보니, 1997~1998년 외환 위기 때와 2007~2008년 금융 위기 때를 제외하고 6차례 대선 이후 1년 뒤 코스피가 평균 19.1% 상승했다. 대선 3개월 전에는 선거 불확실성 등으로 주가가 대체로 부진했으나 대선 후에는 정부 지출이 늘어나는 등 돈이 풀리면서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는 시점과 추경 집행 시점이 겹치는 올 2~3분기 국내 성장률이 견고하게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직 바닥을 확인한 게 아니어서 성급한 매집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의 끝을 알 수 없어서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 저점은 2500선”이라며 “비중 확대 기회가 가까워지고 있지만, 아직 서두르기엔 이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