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국내 주요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1조7500억원 가량 줄어드는 등 2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05조9373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7522억원 줄었다. 지난 1월에 이어 2개월 연속 감소세다. 3일 서울 시중은행 대출 창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2.03.03. yesphoto@newsis.com

은행들이 작년 하반기부터 걸어 잠가 왔던 대출 빗장을 서서히 풀기 시작했다. 올 들어 시중 금리 상승과 정부의 강력한 대출 억제 정책 여파로 은행권 가계대출이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가계대출이 줄어든 만큼 대출 여력이 생기자 금리를 낮추고 한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대출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전날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1~0.2%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 은행 고정금리(5년) 주담대 상품인 KB주택담보대출 금리는 8일 기준 연 3.79~5.29%로 지난주와 비교해 0.1%포인트가량 낮아졌다. 또한 지난해 9월 5000만원으로 낮췄던 마이너스통장 한도도 1억5000만원으로 올렸다.

◇금리 낮추고 한도 올리고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705조9373억원이다. 1월 말(707조6895억원)보다 1조7522억원 줄었고, 1월에 이어 2개월 연속 감소세다. 올해부터는 분기별로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를 관리하기 때문에 1분기 마지막 달인 3월에 은행들은 대출 여력이 생긴 것이다.

이에 따라 하나은행은 1월 말 마이너스통장 최대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확대했다. NH농협은행은 1월 신용대출 한도를 2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늘린 데 이어 지난달에도 2억5000만원으로 상향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도 신용대출과 주담대 주요 상품 금리를 최대 0.3%포인트 낮췄다. 신용대출 금리는 연 3.27~10.32%에서 연 3.09~10.32%로, 한도는 2억5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늘어났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모든 신용등급에서 0.1%포인트씩 인하해 최저금리는 연 2.99%로 낮아졌다. 다만 현재까지 실제 실행된 주담대 금리 중 가장 낮은 금리는 연 3.48%다.

시중은행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계대출 규제 압박이 덜했던 지방 은행들의 금리도 눈에 띈다. 경남은행의 ‘집집마다 안심대출’의 경우 금리가 현재 연 3.71~5.03%(고정금리) 수준이다. 다른 시중은행들에 비해 낮다. 전북은행의 베스트(BEST)고정금리모기지론의 금리는 연 3.90~4.29%다.

다만 은행 대출 금리가 상호금융권보다 높아진 ‘역전 현상’은 아직까지 해소되지 않았다. 지역농협(서울)의 주담대 금리는 연 2.68~3.55%(송파농협)로 은행권보다 현저히 낮다.

◇은행 예금 상품은 매력 떨어져

대출 조건이 소비자들에게 유리하게 바뀌고 있는 것과 달리, 은행 예·적금 상품은 오히려 매력이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린 작년 8월 이후 은행들이 대출 금리는 급격히 올렸지만, 예·적금 등 수신 상품 금리 인상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판이 나오자 은행들은 기준금리가 인상되자마자 예·적금 금리를 올렸지만, 인상폭은 크지 않았다.

최근 NH농협은행이 출범 10주년을 맞아 출시한 특판예금은 이자가 연 2.05%다. 토스뱅크의 수시입출금 통장 금리가 연 2%라는 점을 감안하면 장점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 상품이다. BNK부산은행이 올해 초 출시한 ‘흑호 정기예금 특판’도 금리가 연 1.9%로 토스뱅크보다 낮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의 1년 만기 예금 금리는 1월 기준 연 1.83%로 4개월 만에 다시 농·축협 등 상호금융권(1.84%)보다 낮아졌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예·적금 상품에 가입할 경우 저축은행 등 제2 금융권 상품에 주목하라고 권유한다. DB저축은행은 지나 2일 첫 거래, 2030 세대, 마케팅 동의 등 조건을 충족하면 최대 연 5.5%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엠위드(M-With)유’ 상품을 출시했다. 1일 출시된 웰컴저축은행의 ‘첫거래우대m정기적금’ 금리도 최고 연 5.5%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