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식 개인투자자가 스마트폰을 통해 하락하고 있는 주식종목을 살펴보고 있다./뉴시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은 무섭게 내던지고, 개인들이 매도 물량을 받아내는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주가 방어가 위태로운 상황이긴 하지만, 개미 군단이 여전히 버텨내는 중이다. 코스피는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난 8일까지 하락 폭이 1%에 그쳤다. 같은 기간 미국, 영국, 일본 증시는 2~4% 떨어졌고, 유럽은 평균 8%, 홍콩은 10% 가까이 급락한 것과 크게 차이가 나는 모습이다. 올 초 주가가 미리 조정을 받은 측면도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최근 8거래일간 5조원이 넘는 순매수(매도보다 매수가 많은 것)에 나서서 주가를 방어한 측면이 크다.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은 합쳐서 5조3000억원 이상 순매도를 기록했다. 코스닥 지수의 경우 같은 기간 오히려 2.59% 상승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지난 2020년 주가가 급락했다 급등하면서 겪었던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 탓에 “가만히 있다가는 모두가 돈을 버는데 나만 빠진다”는 생각에 저가 매수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그러나 “섣불리 총력전을 벌이기에는 이르니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세 가지 이유를 꼽는다.

(1)외국인 순매도 길어질 수 있다

외국인들의 순매도 행진이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일단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전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전쟁이 격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경제 제재와 국제 여론 악화로 코너에 몰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 강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8일(현지 시각)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가스 등 에너지 수입 금지 방침을 발표하면서 국제 유가 상승세에 가속도가 붙을 경우 세계 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 있는데, 이럴 경우 외국인들이 돌아오는데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에너지 가격 불안은 미국 등 주요국 성장률을 끌어내리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지속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2)유동성 파티는 끝나간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경제 위기가 닥치더라도 각국 중앙은행이 ‘돈 풀기’에 나서서 충격을 줄이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과거에 금융시장 충격이 발생하면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으로 주식이 급반등하곤 했지만, 이번엔 이런 패턴이 나타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각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기 때문에 오히려 유동성을 회수하려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10일(현지 시각) 나올 미국의 2월 CPI(소비자물가지수)를 주목하고 있다. 40년 만에 최고치였던 1월(전년 대비 7.5%)보다 더 높을 것으로 시장은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뛰고 있어 3월 물가는 더 높게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된다면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현재 예상보다 더 높일 수도 있다. KB증권 안소은 연구원은 “코로나 이후 이제껏 풀린 유동성 덕분에 시장이 급락하지는 않았지만, 다음 주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통화 긴축이 본격화되기 시작한다”면서 “지금까지 많이 떨어졌으니 오를 확률이 높다고 판단하기엔 거시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2000년대 초 IT 버블 붕괴 때나 2008년 금융 위기 때처럼 주가가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고 했다.

(3)코스피 2500선까지 밀릴 수도

개미군단의 순매수가 계속 이어지기는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시 대기자금으로 분류되는 투자자예탁금이 상당 폭 줄어든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올 1월 말 75조원 수준이었던 투자자예탁금은 7일 기준 9조원 넘게 줄어든 65조8700억원을 기록 중이다. 개미들의 투자 여력이 그만큼 소진됐다는 의미다.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KB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3월 중에 코스피가 2500선까지 밀릴 수 있다고 전망한다.

11일 LG에너지솔루션이 코스피200지수에 특례 편입되면서 공매도 위험에 노출되는 것도 불안 요소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한 투자자가 미리 주식을 내다 판 뒤 나중에 되사서 갚는 방식의 투자 기법인데, 시총 2위 종목이 공매도 대상이 되면서 주가 변동성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