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2.3.10/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오는 5월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에서는 ‘허니문 랠리’가 나타날까. 그동안 우리나라 증시에서는 대선이 끝난 뒤 주가가 오르는 ‘허니문 랠리’가 자주 발생했다. 새 정부 출범 전후로 새로운 정책과 경기 부양 기대감 등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올해에는 세계적인 물가상승세와 미국의 통화긴축 움직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새 정부 출범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선 6개월 뒤 코스피 9% 올라

10일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1981년 이후 여덟 번의 대통령 선거일을 기점으로 코스피는 3개월 뒤 평균 5.1% 상승했다. 대선 6개월 뒤 평균 상승률은 9.3%였다. 대선 직전 3개월에는 코스피가 평균 1.9% 하락했는데, 대선 후 오름세로 반등한 것이다.

대선 후 6개월 코스피 상승률이 높았던 정부는 노태우(48.8%), 전두환(35.4%), 김영삼(15.4%) 등의 순이었다. 세 정부 모두 한국 경제가 고도 성장을 구가하던 시기라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김대중(-22.2%)·이명박(-6.5%)·박근혜(-5.3%) 정부에서는 대선 후 6개월간 코스피가 하락했다. 김대중 정부는 아시아 외환위기,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각각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라는 악재가 있었기 때문에 허니문 랠리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대선 이후 1년으로 기간을 연장할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가 심화된 이명박 정부(-36.6%)와 유럽 재정위기 여진이 남았던 박근혜 정부(-0.9%) 등 2차례를 제외하고 6차례나 코스피가 상승했다. 8차례 대선 이후 1년간 코스피 평균 상승률은 19.1%나 됐다.

◇집권 1~2년 차 정부지출 확대 경향

케이프투자증권이 13~18대 대통령 임기별 코스피 등락률을 분석한 결과, 임기 1~2년 차에 수익률이 높았고 이후 소폭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임기 1년 차 때 23.2% 올랐고, 새 정부가 전열을 갖춰 경제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임기 2년 차에 오름폭(26.2%)이 가장 컸다.

새 정부 임기 초반에 주가 상승률이 높았던 것은 정부지출 증가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진투자증권이 14대(김영삼)~19대(문재인)까지 6번의 대선을 분석한 결과, 집권 1~2년 차 정부지출 증가 속도가 전년 대비 각각 5% 안팎으로 국내총생산(GDP) 증가율(3%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정부투자 증가율 역시 민간투자 증가율보다 두배 정도 높았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에도 비슷한 국면이 나타날 수 있다”며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면서 추경이 겹치는 2~3분기 국내 성장률은 탄탄하게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는 3년 차(-1.7%), 4년 차(-0.8%)에는 코스피가 하락 반전했다. 차기 정권 기대감이 생기는 5년 차에는 평균 1% 반등으로 돌아섰다.

◇미국 긴축이 허니문 랠리 발목 잡나

험난한 대외 여건을 봤을 때 올해 허니문 랠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당장 널뛰는 국제 유가와 15~16일 예정된 3월 미국 연준(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결정이 더 중요한 변수라는 것이다. 한화투자증권은 “대선 이후 증시의 방향이 크게 (상승세로) 바뀔 것으로 기대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오는 16일 러시아가 첫 디폴트(채무 상환 불이행)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경고도 불확실성을 가중시킨다.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에 대해 서방은 국제금융결제망(스위프트) 퇴출과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 등 ‘핵폭탄급’ 경제 제재를 가하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도 러시아 국가신용등급을 사실상 디폴트 수준까지 낮춘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증시 전체적인 상승세를 기대하기보다는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에 따른 세부적인 업종별 흐름을 지켜보는 것이 좋다”고 권고한다. 과거 경험상 새 정부가 관심을 두고 지원하려는 산업은 전체 주가 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나타냈던 만큼 핵심 공약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일단 탈원전 정책 폐기에 따라 원전주·건설주 등이 윤석열 정부에서 유망한 업종으로 꼽힌다. 또 코로나 확진자가 정점을 지나면 소비재·유통·호텔 등 리오프닝(경기재개) 관련 주들도 재조명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