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를 중심으로 지난해 큰 주목을 받았던 ‘조각 투자’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조각 투자는 개인이 혼자서 투자하기 어려운 고가 자산들을 지분 형태로 쪼갠 뒤 여러 투자자가 공동으로 투자하는 방식이다. 미술품과 와인, 명품 가방, 수퍼카는 물론 음악 저작권, 강남 빌딩, 소 등 가축까지 대상으로 우후죽순 늘어났다. 하지만 최근 반년 새 일부 조각투자 대상 자산이 급락하고, 금융 감독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어 거래 중단 위험까지 거론되는 중이다.
14일 음악 저작권 투자 플랫폼 ‘뮤직카우’에 따르면, 이 회사가 산출하는 저작권 시세 지수(MCPI)는 현재 217.12 수준이다. 작년 8월 말 이 지수가 383.5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6개월여간 43.4% 하락했다. 음악 저작권 가격이 반 토막이 난 셈이다.
◇뚝 떨어진 음악 저작권 가격
2018년 8월 공식 서비스를 출범한 뮤직카우는 현재 회원 수만 100만명이 넘고, 누적 거래액은 3399억원을 돌파할 정도로 조각투자 업계에서 손꼽히는 업체다. 특히 지난해 주식과 가상화폐 등 자산 시장이 커지면서 음악 저작권까지 대체 투자처로 부각됐고, 작년 1~2월 130 수준에서 맴돌던 MCPI도 8월에는 400에 육박했다. 하지만 이후 내리막길을 걷더니 이 지수가 200 초반대까지 떨어진 것이다.
뮤직카우에서 꾸준하게 높은 거래량을 기록하고 있는 변진섭의 ‘홀로 된다는 것’의 경우 작년 9월 4만3000원 전후에서 거래됐지만, 지금은 2만9000원대까지 하락했다. 작년 10월 6만3000원까지 올랐던 이선희의 ‘나 항상 그대를’도 현재 3만5100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저금리로 시중에 자금이 너무 많이 풀려서 갈 곳 없는 돈들이 조각투자 시장까지 밀려왔었는데 올 들어 금리 인상 흐름이라 투자 자금이 이전 같지 않다”고 했다.
◇송아지 가격 하락도 충격
다른 조각 투자들도 맥을 못 추고 있다. 2020년 10월 설립된 핀테크 업체 스탁키퍼가 운영하는 뱅카우는 송아지를 조각 투자 대상으로 한다. 나중에 소를 팔아 투자금을 나눠 갖는 방식이다. 뱅카우에 따르면, 작년 9월 1082만원이던 소 가격이 최근에는 920만원까지 하락했다. 송아지 가격은 같은 기간 482만원에서 366만원으로 24% 하락했다.
부동산은 그나마 버티고 있다. 강남 빌딩을 쪼개 파는 플랫폼 ‘카사’에서 거래되는 서초 지웰타워의 경우 작년 11월 15일 조각당 가격이 5200원이었지만 이후 3개월간 하락해 현재 5140원 수준이다. 가격 변동이 크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조각투자 수익률 하락으로 2030세대가 큰 손실을 입은 것으로 예상한다. 뮤직카우 가입자 중 2030세대는 70%에 달하고, 뱅카우 역시 투자자 약 10명 중 8명이 2030세대이기 때문이다. 카사 투자자 중 60%가량도 2030세대다.
◇조각투자 합법성 다음 달 결론
또 다른 위험 요소는 조각투자의 합법성이다. 뮤직카우의 경우 투자자들이 직접 저작권을 소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투자자들은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저작권료를 청구할 권리)’을 갖는다. 또, 뮤직카우가 저작권을 갖고 있는 음악들이 투자 대상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극단적으로 뮤직카우가 망할 경우 투자자들은 저작권 수익을 요구할 대상이 사라지는 셈”이라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살피는 중이고, 투자자 보호 측면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르면 다음 달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뮤직카우가 음악 저작권을 주식처럼 사고파는 행위가 증권성 거래에 해당하는지 살펴보고 있다. 그동안 뮤직카우는 주식 발행·유통 관련 규제를 받지 않았는데, 증권성 거래로 판단될 경우 ‘무인가 영업자’가 돼 최악의 경우 사업을 접어야 할 수도 있다. 다만 뮤직카우 측은 이 같은 결론이 나오더라도 보완 작업을 거쳐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도록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다른 조각투자 업체들도 금융 당국의 결론을 주시하고 있다. 한 미술품 조각투자 업체 관계자는 “자산 투자 방식이 뮤직카우와 달라 문제될 것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금융위 판정을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조각 투자
개인이 사기 힘든 고가의 부동산이나 예술품, 물건 등을 여러 투자자들이 소액을 모아 투자하는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