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나스닥 지수가 작년 말 고점 대비 20%가량 떨어지는 이른바 ‘약세장(bear market)’에 진입하면서 서학 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의 잠 못 이루는 밤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 용감한 개미는 최근 한 달 새 저가 매수를 노리고 미국 주식을 4조원가량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국내 코스피 시장에서의 순매수 규모(5조4000억원)와 비교해도 작지 않은 규모다.
이 기간에 서학 개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3개 종목(테슬라, TQQQ, 디렉시온 반도체 3배 ETF)은 불행히도 한 달 사이 14~34% 뚝 떨어졌다. 이렇게 묻어두면 괜찮을까. 혹시 지금부터라도 다른 전략을 세워야 하는 것은 아닐까. 전문가들은 이런 약세장에서 기술주를 어떻게 선별해야 하는지 조언했다.
◇싸졌다고 줍줍?… 하수입니다
3000개 넘는 종목이 상장된 나스닥 시장은 최근 10년간 두 차례 약세장을 겪었다. 대표 100종목을 추려 만든 나스닥100지수가 미·중 무역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2018년 12월과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3월에 고점 대비 20% 넘게 떨어진 것이다. 2018년엔 약세장에 진입하고 바로 반등에 성공했지만, 2020년엔 추가로 10% 더 떨어진 후에야 급반등으로 흐름이 돌아섰다.
신한금융투자 글로벌주식팀이 과거 두 차례 약세장에서 잘 버티면서 높은 수익을 냈던 주식들의 특징을 분석했더니 , 1년 내 주당순이익(EPS)이 15%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됐던 종목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이들의 수익률은 주가지수보다 2.4%포인트 높았다.
주당순이익 성장 가능성이 얼마나 큰지를 기준으로 볼 때 에어비앤비, 핀듀오듀오, 메리어트, 마벨 테크놀로지, 오토데스크, JD.com 등이 유망한 종목으로 꼽혔다. 에어비앤비의 경우 1년 후 주당순이익 성장전망치가 1000%가 넘을 정도로 강한 이익 증가세가 예상됐다. 코로나 종식 이후 여행과 출장 붐이 일어나면 여행 플랫폼 업계 대표 주자로서 수요를 끌어당길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반면 가장 성과가 나빴던 것은 실적 대비 주가 수준(밸류에이션)이 낮다고 저가 매수했던 종목들이었다. 고점 대비 하락 폭이 30% 넘는 종목들의 주가는 주가지수보다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주가가 매우 싸졌다고 무조건 주워 담았다간 계속 내려가는 수가 있다는 얘기다. 김성환 신한금투 연구원은 “기술주 투자 기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 매력보다 성장성”이라고 말했다.
다만 고점 대비 40% 이상 하락하는 폭락장세일 경우엔 얘기가 다르다고 신한금투는 밝혔다. 단기간에 시장을 폭락시킨 공포가 진정되면 주가가 빠른 속도로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수들은 주당순이익 증가율, 현금 창출력 본다
한편 지금과 같은 금리 인상 국면에서는 성장성과 수익성이 균형을 이루는 종목을 찾는 게 좋다는 의견도 있다. 기술주 주가에는 특성상 먼 미래의 실적까지 많이 당겨서 반영되곤 하는데, 지금은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기업을 높게 평가하는 금리 인상 국면인 만큼, 당장 손에 잡히는 수익을 낼 수 있느냐도 중요하게 봐야 한다는 것이다.
NH투자증권이 최근 5년 새 나스닥에 진입한 종목 중 적자 상태로 상장해 주가가 꾸준히 오른 기업만 추려봤더니 확실한 공통점이 있었다. 초고속 성장기가 지나고 성장률이 둔화하는 시점에서 안정적인 현금 흐름 창출 능력을 인정받은 곳들이었다. 데이터도그,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쇼피파이 등이 그랬다.
임지용 NH투자증권 글로벌 기업 담당 연구원은 “과거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가 클라우드 사업을 확장했던 때, 그리고 퀄컴이 모바일 칩셋 회사로 변신한 이후 주가가 한 단계 뛰어올랐다”며 “이 사례들에서 볼 때 꾸준한 현금 흐름 창출 능력이 입증된 회사를 고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런 관점에서 NH투자증권은 나스닥 소프트웨어 기업 중 스노우플레이크, 옥타, 퀄트릭스, 유니티소프트웨어 등을 꼽았다. 모두 상장한 지 3년이 안 된 기업이지만 견고한 수요를 바탕으로 구조적 성장세를 보여준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