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증시가 연일 폭락하는 가운데 15일 홍콩 항셍 주가지수가 표시된 전광판 앞을 홍콩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EPA 연합뉴스

중화권 증시가 패닉에 빠졌다. 홍콩 증시가 최근 한 달 새 30% 가까이 폭락했고, 같은 기간 중국 본토 증시도 10% 하락하는 등 다른 세계 주요국 시장 대비 투자자 이탈이 두드러지고 있다. 코로나 재확산세와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의 중국 빅테크 압박 등 세 가지 악재가 동시에 반영된 결과다.

14일 홍콩 항셍지수와 홍콩 H지수가 각각 4.97%, 7.15% 하락 마감한 데 이어 15일에도 일제히 4~5%대 내림세를 보였다. 중국 상해종합지수도 14일 2.6%, 15일 3%대 하락했다. 특히 텐센트와 알리바바 등 중국 대표 기술주가 포함된 홍콩 항셍 기술지수는 14일 11% 폭락한 데 이어 15일에도 5% 넘게 떨어져 한 달 사이 36% 급락했다.

일단 표면적인 이유는 중국의 코로나 재확산세 때문이다. 여전히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는 중국 정부가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광둥성 선전시에 봉쇄 조치를 내려졌고 상하이도 재택근무에 돌입하는 등 준봉쇄 수준으로 방역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소비 위축과 현지에 공장을 둔 다국적 기업들의 생산 감소 우려가 커졌다.

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최근 바이지선저우(百濟神州) 등 5개 중국 기업이 자국 회계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예비 상장폐지 명단에 올리면서 이들을 포함한 중국 빅테크 기업들에서 투자자들이 대거 빠져나가는 것도 투심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중화권 증시에 큰 악재다. 러시아가 중국에 군사적 지원을 요청했다는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가 나오는 등 러-중 관계에 대한 미국의 강한 견제를 우려하는 서방 투자금이 이들 증시에서 짐을 싸고 있다.

중국 경제 자체에 대한 회의론도. 올림픽과 전인대 전후로 추가 경기부양책이 기대됐지만, 중국 정부가 별다른 부양책을 내놓지 않으면서 기대가 컸던 시장이 실망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본토기업(H주)으로 구성된 홍콩H지수는 1년 새 50% 급락하면서 국내 ELS(주가연계증권) 투자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발행된 홍콩H지수 연계 ELS는 19조원 규모. 통상 이 지수가 기준가격 대비 50% 넘게 하락하면 원금손실 발생 구간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