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증시가 식은땀 나는 롤러코스터에 올라탔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로 구성된 H지수는 16일 12.5% 급등한 데 이어 17일에도 7.14% 올랐다. 직전 3거래일 사이 16% 떨어졌던 이 지수는 단 2거래일 만에 하락 폭을 모두 회복했다. 홍콩 증시 대표지수인 항셍지수도 지난 14~15일 이틀간 10% 넘게 떨어졌다가 16일 9%, 17일 다시 6.7% 오르며 폭락 이전으로 돌아갔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골든드래건차이나 지수는 더 심한 굴곡을 보였다. 텐센트·알리바바 등 중국 대표 93개 기업의 움직임을 담은 이 지수는 10일 -10%, 11일 -10%, 14일 -14% 등 사흘 연속 10%대 급락하더니 15일 5% 반등했고 16일에는 무려 33% 급등했다.
미국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의 강제 상장폐지 우려, 중국 내 코로나 재확산, 러시아 제재를 둘러싼 미·중 간 긴장감 고조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무너지던 홍콩 증시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중국 정부다. 중국 국무원 금융안정발전위원회는 지난 16일 류허 부총리 주재로 특별회의를 열고 “미국과 회계 감독 관련 소통을 하고 있으며 긍정적인 진전을 이뤘다”면서 시장을 안심시켰다. 홍콩 금융시장 안정성과 관련해 본토와 홍콩 규제 당국이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중국 정부의 ‘립 서비스’에 일단 투자자들이 발걸음을 돌리긴 했지만, 추세적인 반등의 시작이라고 보기엔 무리라는 시각이 많다. 투자회사 포시스바의 윌러 첸 연구원은 블룸버그에 “’일단 사고, 나중에 생각하자’는 분위기였는데, 솔직히 미국과 중국이 어떤 합의를 이뤘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최원석 연구원은 “주가가 최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까지 하락한 탓에 작은 호재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며 “중·러 밀월 관계에 대한 미국의 견제는 예상 밖 영역이고 각종 악재도 해소된 게 아니어서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고 평가했다.